법질서 준수 여부는 그 나라 국민의 의식수준과 사회발전의 정도를 말해주는 척도다. 법이 있으되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혼란과 불신을 초래해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 법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데도 선진국이 되려는 것은 마치 모래 위에 성을 쌓으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 스포츠 무대의 강자가 됐다. 내년 11월에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정도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우리의 법질서 수준과 국민들의 준법의식은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에 비해 매우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준법수준은 30개 회원국 중 27위로 일부 동구권 국가를 제외하면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는 집단의 힘에 의해 법과 원칙이 훼손되는 현실을 자주 봐 왔다. 국가사회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공권력에 도전하는 불법과 폭력의 현장도 흔히 경험했다. 불법 시위로 인한 사회 · 경제적 손실비용이 최대 12조원,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법치국가가 될 수 있었는지 널리 알려진 일화는 지금의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 윈스턴 처칠이 의회에 늦자 신호위반을 지시했다. 교통경찰에게 적발된 운전기사가 "수상이 탄 차" 라고 하자 경찰관은 뒷자리의 처칠을 보며 "처칠 수상 같은 분이 위반을 할 리 없다"면서 딱지를 뗐다. 처칠은 며칠 후 경찰관의 근무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경시청장에게 특진을 지시했는데 경시청장 역시 "경찰인사법에 특진규정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우리는 그동안 땀흘린 대가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루었다. 이제 조금 더 노력해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기를 우리 모두 바라고 있다. 그러나 수도 한복판에서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나라에 투자를 하고 공장을 세우고 싶어하는 외국기업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사회에서 '불법도 밀어붙이면 합법이 된다'거나 '대한민국에는 헌법 위에 떼법이 있고 떼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법질서를 준수하고 정부가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공권력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일이야말로 법치의 출발점이자 어려움에 처한 우리 경제를 살리고 선진한국을 앞당기기 위한 첫걸음이다.

김상열 <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sangyeolkim@korcha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