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를 꺾고 12년 만에 호랑이 군단에 통산 10번째 우승컵을 안긴 조범현 KIA 감독은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조 감독은 24일 잠실구장에서 끝난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5로 승리, 생애 처음으로 우승 감독이 된 뒤 공식 인터뷰에서 "7~9회 마지막으로 찬스가 한 번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들이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을 보여줘 우승할 수 있었다"며 공로를 선수들에게 돌렸다.

조 감독은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무패 신화를 이어가야 한다는 책임감과 SK가 주축 선수가 빠졌음에도 너무 야구를 잘하고 있기에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에 적지 않게 고충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승한 소감은.
▲전임 사장님과 전임 스태프들의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부족한 나를 메워주고 함께 고생한 코치들도 너무 고맙다.

이종범, 주장 김상훈을 비롯해 선수들 잘 따라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사장님과 프런트가 저를 믿고 맡겨주신데 고맙게 생각하고 타이거즈와 나를 위해 응원해주신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나지완의 홈런이 나왔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아! 이겼구나.

끝났다는 생각만 났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역전이 가능할 거라 믿었나.

▲정규 시즌에서 기록상 우리 팀이 7~9회 뒤집었던 적이 많아 마지막 찬스가 올 거로 생각했다.

--7차전까지 어려운 게임을 치렀는데.
▲사실 난 시합 전 농담도 잘 안 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고 성향도 부드러운 선수들이 많아 한국시리즈에서 위축되면 어떡하나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선수들이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도록 심리적인 면을 조절했고 그렇게 보이려 노력했다.

선수들도 5차전부터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2003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시리즈 중 조금 부담을 느꼈다.

해태 시절에 타이거즈가 100% 우승하지 않았나.

SK가 주축 선수들이 빠진 상황인데도 투수 잘 던져 부담감이 있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6, 7차전까지 가야 우리가 유리하지 않겠나 짐작했다.

SK는 선수들이 지친 것 같지도 않고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대단한 팀이다.

--이종범을 차일목으로 교체했는데.
▲이종범이 어제 경기에서 송구 중 허리 뒤쪽이 결린다고 해 오늘 아침 병원도 다녀왔다.

본인이 오늘 출전하겠다고 해 내보냈다.

포수 김상훈도 아까 홈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차일목으로 바꿨다.

--나지완을 장성호로 교체할 생각은 없었나.

▲지완이는 끝까지 밀고 갈 생각이었다.

의외로 지완이가 큰 경기를 긴장하지 않고 즐기는 듯한 인상을 줬고 일부러 오늘도 3번에 기용했다.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아킬리노 로페즈는 오늘 기용할 예정이었나.

▲본인이 1이닝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타이밍이 되면 쓰려고 준비시켰다.

--선수(OB), 코치(삼성), 감독으로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는데.
▲다른 사람도 다 하는 거 아닙니까(웃음). 별다른 생각은 없다.

--스승 김성근 감독을 넘어섰다.

▲다 아시겠지만 김 감독님 밑에서 난 선수로 있었다.

감독님은 야구에 대해 무궁무진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다.

경우의 수도 많이 따지시는 분 아닌가.

한국시리즈에서도 어설프게 했다간 내 모습이 사라질 것 같아서 KIA 야구대로 하기로 했다.

시즌 때처럼 선발 투수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임했다.

SK는 김 감독님의 야구에 대한 생각이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

무서운 야구를 하는 팀이다.

--미야자키 전지훈련 때부터 팀 변화에 역점을 뒀던 부분은.
▲작년 팀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게 선수들의 생각을 바꿔야겠다는 것이었다.

한 곳으로 모아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았다.

(개인을 희생하고) 팀을 먼저 생각하도록 변화시키는 게 먼저고 기술과 체력 훈련은 다음이라고 봤다.

작년과 올 시즌 그런 부분이 많이 바뀌었고 진심으로 팀을 위한 마음이 형성되니 성적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른 소감은.
▲6년 전에는 초보 감독이었다.

SK를 이끌고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정신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면 올해는 정규 시즌 1위를 해서 3주 정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여러가지 준비를 했다.

--광주야구장 신축 문제에 대해 한 마디.
▲팬들이 즐기고 편안하게 구경할 수 있도록 제발 넓은 새 야구장을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꼭 이뤄졌으면 한다.

한 5만석 정도면 되지 않을까(웃음).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좋은 꿈이나 징조를 설명해준다면.
▲올해 음력 설 전날과 설 당일 비슷한 꿈을 꿨다.

내가 꿈을 1년에 2-3번 악몽 같은 꿈밖에 안 꾸는데.
첫날은 내가 돈다발을 친구들에게 주는 꿈이었다.

너무 생생해 묘하게 생각했는데 설 밤에는 또 단상에 올라 내가 수많은 사람에게 금화를 나눠주는 꿈을 꿨다.

그 다음 날 인터넷으로 해몽을 찾아봤다.

좋은 꿈이라고 나오더라. 정월 초하루 꿈이 좋다고들 하지 않나.

이런 꿈 꾼 사람 있나요?(웃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우리 팀이 부족한 부문 많다.

새로운 변화를 통해 좀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 항상 상위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