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박스권 장세를 헤쳐나갈 투자 대안 찾기에 한창이다. 3분기 실적 발표가 정점을 넘은 가운데 기존 주도주들의 상승세가 주춤해져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3분기에 부진했던 영업이익이 4분기에는 크게 좋아질 '턴 어라운드' 예상 종목을 추천 1순위로 꼽고 있다. 건설 보험 방송 유통주 등 알짜 내수주들이 대거 포함됐다. 연말 특수를 누리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는 점에서다.

◆유망 내수주 외국인 관심 커져

코스피지수는 23일 외국인 매수세가 살아난 가운데 9.84포인트(0.60%) 오른 1640.17로 거래를 마치며 사흘 만에 반등했다. 뉴욕증시가 주요 기업들의 실적 개선을 배경으로 다시 10,000선을 탈환하자 국내에서도 기대주들이 선전한 결과다.

고려아연은 실적호전주로 부각되며 4.74% 오른 21만원으로 거래를 마쳐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933억원으로 전기 대비 40%나 급증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27% 늘어난 1127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기대감을 배경으로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 등 외국계 창구로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오름폭이 확대됐다.

제일기획도 전날 발표한 3분기 실적이 양호한 데다 4분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 속에 31만8000원으로 7% 넘게 뛰어올랐다. 외국계 창구로만 이날 거래량의 절반에 가까운 1만2400여주의 매수 주문이 유입됐다. 변승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주요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영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등 광고시장이 회복세에 있고 내년 스포츠 특수,시장 확대 등의 이유로 4분기 실적 전망이 밝다"고 진단했다. 이 회사의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 대비 5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이후 이익 모멘텀 둔화에 대한 우려가 증시 조정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이 단기 대안으로 부각되며 상대적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스닥 기업인 모두투어도 여행 수요 정상화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면서 1.5% 상승했다. 지난달 1만5000원까지 밀려났던 이 회사의 주가는 한 달여 만에 외국인 보유비중이 2% 이상 늘어나며 2만원에 바짝 다가섰다. 티엘에이 루멘스 등도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우량 건설 · 보험주 신고가 잇따라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지만 4분기부터 실적이 크게 좋아지는 종목들도 대안투자주로 떠오르고 있다. 3분기 '어닝 쇼크'에도 불구하고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대림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림산업은 이날 0.12% 하락해 닷새 연속 상승에는 실패했지만 장중 2%대 오르며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3분기 영업이익이 58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0% 줄었지만 4분기 영업이익은 70%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주인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도 3분기 부진한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4분기에는 각각 3분기 대비 73%,145%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LIG손보는 지난 21일 1년 신고가를 경신했고 현대해상도 신고가 경신에 바짝 다가섰다.

KT&G 진로 등 소비재 관련주를 비롯해 LG패션 한섬 등 패션업체들도 4분기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이 전망되고 있다. 광고시장 회복에 따라 SBS YTN 온미디어 등 방송주들도 급격한 이익 회복이 점쳐진다.

코스닥시장에선 주성엔지니어링 가온미디어 등의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는 물론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소비 심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내수주들의 의미 있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주도주인 정보기술(IT) 자동차주 등이 실적 둔화 우려로 일부 종목만 강세를 이어갈 뿐 힘을 잃어가고 있는 시기여서 4분기 실적이 좋은 기업들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선호 실적 호전주도 관심주로 거론된다. 신중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외국인이 실적 전망이 좋은 종목들로 매수세를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삼성중공업 LG생명과학 CJ제일제당 넥센타이어 휴켐스 등을 대안주로 꼽았다.

대우증권은 주가수익비율(PER)이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되는 SK텔레콤 GS홈쇼핑 등을 대안주로 추천했다. 이들 종목은 실적 전망이 좋고 외국인 보유 비중이 이달 들어서만 2% 가까이 늘어 눈여겨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조진형/강지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