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밤,'100만달러짜리 야경'으로 유명한 홍콩섬에 관광객이 몰렸다. LED(발광다이오드)로 만든 삼성전자의 옥외광고판 점등식을 보려는 인파였다. 홍콩섬은 세계에서 가장 큰 상설 조명과 사운드쇼가 있어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유명한 '빛'의 명소.연간 62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이곳을 22년째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곳에 새로 설치한 옥외 광고판은 가로 115m,세로 10m 크기.홍콩에 세워진 옥외 광고 중 최대다.

한국 기업의 얼굴이 세계 주요 도시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것은 이곳만이 아니다. 미국 뉴욕 번화가인 타임스퀘어를 18년째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광고판은 명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1991년 광고판을 세울 때만 해도 미국에서 '삼성'은 낯선 존재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타임스퀘어를 지키는 광고판을 보면서 미국 소비자들은 삼성전자 브랜드에 익숙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타임스퀘어 광고는 삼성전자가 북미 TV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도록 한 효자"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타임스퀘어에 1000만달러를 투자,LED 전광판을 달았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 전광판을 통해 뉴욕 양키스의 월드시리즈 경기를 보고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기도 한다.

영국 런던 중심지인 피카디리광장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광고판이 어김없이 들어서 있다. 한 해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약 6000만명.나영배 LG전자 영국법인장은 "세계 각 기업이 몰려 있는 런던에 설치된 LG LED 전광판은 피카디리광장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유명 스포츠 경기장에서도 한국 기업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6년 독일월드컵 경기기간 중 경기장 광고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기아자동차는 테니스의 4대 그랜드슬램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을 2002년부터 후원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전 세계인의 인기 스포츠 후원을 통해 현대 · 기아차의 가치와 열정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진하는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외국 언론들의 대접도 달라지고 있다. '품질 좋은 실용적인 차' 정도로 현대 · 기아차를 평가했던 미국 등 외국 언론의 눈높이는 어느새 '럭셔리 카'로 한 단계 올라갔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극복한 한국의 이미지를 알리는 것은 물론 국격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디지털이라는 문구 하나로 세계인에게 삼성을 심은 것처럼,현대차도 품질을 넘어선 무언가를 알릴 방안을 경제 한류에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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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태 경제부 차장(팀장) 강동균·이태명·박신영 기자(경제부) 장성호 기자(정치부) 김현예 기자(산업부)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