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내사 축소, 중수부자문제ㆍ수사심의위 도입
증거 부족해도 심증 확실하면 기소키로

검찰이 표적수사 비판을 받아온 `별건(別件) 수사'를 없애고 압박수사를 자제하는 등 기존의 수사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김준규 검찰총장과 전국 검사장 32명은 29일 대전고검에서 회의를 열어 수사 패러다임 변화를 주제로 도출된 수사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주된 혐의가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일단 다른 사건으로 피의자를 구속한 뒤 수사를 이어가는 편법적 별건 수사 관행을 없애고,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피의자를 과도하게 몰아붙이는 압박수사를 줄이기로 했다.

피의자의 주된 혐의 이외에 새 혐의가 나타나 별건 수사가 필요할 때는 따로 수사번호를 붙여서 투명한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길어져 피의자들의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장기 내사사건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된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보강수사란 명목으로 수사가 한없이 길어지는 일을 막기 위해 영장이 발부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10∼20일 안에 사건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또 내사기간이 3개월이 넘으면 반드시 소속 차장검사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내사를 함부로 연장할 수 없도록 각종 제도적 장치를 갖출 계획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기능 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된 대검 중수부는 최소한의 인력을 두고 예비군 형태로 운영하되 `중수부 자문제도'를 마련, 일선 지방청의 요청이 있을 때 개별 수사를 돕기로 했다.

중수부는 수사 진행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인적ㆍ물적 협조를 통해 일선에서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한다.

검찰은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 국민이 기소 여부를 결정에 참여하는 영미식 대배심 제도를 장기적으로 도입하되 당장은 법적 근거가 없는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 재청구 및 구속피의자 석방 때에 한해 시민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증거가 100% 완벽하지 않더라도 범죄에 대한 심증이 확실하면 재판에 넘겨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보기로 해 기소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피의자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유죄협상제도(플리바게닝)를 장기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또 지금껏 법에 명시돼 있지 않았던 입건 절차에 대해서도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검찰의 구형량과 법원의 선고형량 사이의 간격을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김 총장은 개회사에서 "과거에도 검찰 안팎에서 변화의 요구가 높았지만 우리 스스로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누구도 참다운 변화로 느끼지 못했다"며 "이제 변모는 시대적 요청이며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 총장은 이날 각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을 차례로 개별 면담하고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후 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강조한 토착비리 수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대전연합뉴스) 백나리 차대운 기자 nari@yna.co.kr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