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수도권 주택시장의 중심축이 '강남권(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서 '한강축'으로 이동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강남권의 '주택시장 주도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반면,대규모 개발계획이 집중되고 교통 여건 개선효과가 뚜렷한 '한강권역 주택시장'은 갈수록 강세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의 '주택시장 주도력 부진'은 금융위기 이전 최고 수준의 집값과 현재의 수준을 비교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국민은행 부동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서울 시내 평균 집값은 전고점(2008년 9월) 대비 -0.9%까지 반등한 반면 강남구는 -2.9%,서초구는 -3.1%,송파구는 -2.5%로 올 들어 강남권 주택가격 상승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일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의 경우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서울 · 수도권 집값을 이끌어온 측면이 있지만,기존 집값은 반등세가 예상보다 약했다. 또한 강남 접근성이 양호하다는 이유로 웬만한 서울지역 집값을 능가했던 분당 · 용인 일대의 주택가격도 부진한 편이다.

성남 분당구는 집값이 가장 높았던 2007년 3월 대비 -12.1% 수준에 머물러 있고,용인 수지지구는 -17.3% 수준이다. 서울 · 수도권 집값은 '강남을 정점으로 한 반경거리에 비례한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에비해 한강축 개발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곳들은 모두 전고점을 돌파했다. 한강과 인접한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한남뉴타운 개발이 진행 중인 용산구의 평균 주택가격은 전고점 대비 1.2% 올랐다. 여의도가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한강변을 따라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된 영등포구도 전고점을 회복했다.

이에대해 주택업계는 '한강 접근성'이 집값 형성에 확실한 기준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한다. 한강 접근성의 가치는 특히 재개발구역에서 더욱 확연해진다. 서울시가 한강르네상스의 일환으로 지정한 한강변 '전략정비구역'과 '유도정비구역'의 재개발 지분 가격은 오름세가 꾸준한 반면 장위뉴타운과 전농 · 답십리뉴타운 등 한강과 거리가 있는 재개발구역은 제자리 걸음이다.

현지 중개업계에 따르면 전략정비구역인 마포구 합정동 신축 빌라의 3.3㎡당 호가는 연초 대비 700만원 올라 4500만원 선이 유지되고 있고,유도정비구역인 광진구 자양동 재개발 지분도 700만원 정도 뛰었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투자자들에게는 강남권 투자가치가 한계 상황에 도달해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며 "이로써 신규 투자지역도 분당,용인 등 강남권 주변보다 한강 접근성 · 교통 여건 개선 등의 호재가 뚜렷한 강북권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