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등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에서는 대부분 가정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준비해 두고 있다. 지금까지 비상식의 대표 상품은 '건빵'이었다. 지방자치단체나 기업들은 긴급 재난에 대처해 건빵을 대량 비축하고 있다.

과자업체들은 비상식 수요가 늘어나자 발빠르게 신제품을 내놓았다. 일본롯데의 기타다 타이지 과장(상품개발부)은 "비상시에도 건빵보다는 평소 친숙한 과자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새로운 비상식 과자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롯데는 주력 브랜드인 '코알라 매치'를 사용한 비상식인 '코알라 매치 비스킷'(398엔)을 개발해 지난달부터 판매 중이다. 일반 코알라 매치는 얇은 비스킷 안에 초콜릿이 들어 있지만 장기 보존이 어렵기 때문에,신제품에선 초콜릿을 뺐고 유통기간을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롯데는 특히 재난 때 고통받을 어린이들을 고려해 비스킷 용기의 외부에 코알라 모습도 예쁘고 크게 그려넣었다. 이가 없는 유아들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부드럽게 만들었다. 재난시 물이 부족한 상황을 상정해 물을 많이 켜지 않도록 단맛을 줄였다.

경쟁사인 모리나가제과도 주력 브랜드를 이용해 비상식을 만들어 시판 중이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비상식 수요에 주목해왔다. 관동대지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대표 제품인 밀크캐러멜을 대량 배포해 이재민들의 환영을 받기도 했다. 모리나가는 비상식 과자인 '마리캔'(498엔)과 '밀크캐러멜캔'(398엔)을 지난달 상품화했다. 두 제품 모두 유통기간이 5년이다.

일본에선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과자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 비상식 수요 확대는 과자 메이커들에 '구세주'가 되고 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