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계 '엔비디아'라더니…동남아 '불닭' 반응에 '화들짝' [현장+]
최근 찾은 태국 방콕 센트럴백화점 내 탑스마켓.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도 많이 찾는 이 대형마트에서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이 눈에 띄었다. 불닭볶음면 제품만 모아놓은 별도 진열대가 있어 한 눈에 들어왔다. 방콕 최대 규모 쇼핑몰 아이콘시암에서도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라면 매대 하나를 모두 채울 정도로 인기였다.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삼양식품이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매운맛 제품에 대한 동남아 사람들의 선호도가 높아 불닭볶음면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26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동남아 매출은 2021년 1100억원에서 2022년 1500억원, 지난해 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동남아는 삼양식품 수출 지역 중 25%를 차지할 만큼 미국에 이어 최대 수출국으로 꼽힌다.
태국 방콕 센트럴백화점 내 탑스마켓에 진열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사진=김세린 기자
태국 방콕 센트럴백화점 내 탑스마켓에 진열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사진=김세린 기자
특히 태국으로의 불닭볶음면 수출액은 2021년 239억에서 2022년 280억, 지난해 300억으로 늘었다. 현지에서 불닭볶음면 가격은 5개입 한 묶음에 210바트(약 8000원) 정도인데, 인기에 힘입어 제품군도 확대됐다. 태국 현지 마라맛 제품 인기를 반영해 최근 '마라불닭볶음면'을 론칭했다. 이 제품은 2017년 선보인 수출 전용 제품으로 태국에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현지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전역으로 판매처를 늘렸다.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인 라자다와 쇼피에서 판매와 함께 모바일 라이브커머스도 진행한다.
태국 세븐일레븐 마라불닭볶음면 디지털 광고. 사진=삼양식품 제공
태국 세븐일레븐 마라불닭볶음면 디지털 광고. 사진=삼양식품 제공
삼양식품은 태국 내 신제품 수요 확대를 위한 마케팅 전략도 강화했다. 마라불닭볶음면 태국 론칭을 기념해 유튜버와 협업 콘텐츠를 선보이고 방콕 내 교통요지와 인구 밀집 지역에서 옥외광고도 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태국은 라면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매운맛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현지에서 불닭 브랜드에 대한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불닭볶음면 인기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설립한 인도네시아 법인은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수입 및 유통에 나섰다. 연간 라면 소비량이 약 143억개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라면 시장이다. 삼양식품 인도네시아 법인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약 30억8800만원. 전분기(지난해 4분기) 대비 404% 뛰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최대 명절인 르바란 기간 대비 물량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삼양식품 제공
사진=삼양식품 제공
말레이시아에서는 이미 불닭 브랜드를 통해 탄탄한 수요층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불닭 소스를 활용해 현지 CU 편의점, 피자헛과 함께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삼양식품은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강화해 동남아 내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대폭 확대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도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이 본격화한 2016년 이후 거의 매년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2016년 3593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1929억원으로 7년 만에 3.3배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64%에서 올해 1분기엔 75%까지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은 삼양식품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요한 전략 시장"이라며 "앞으로 동남아 지역 수출 물량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2분기에도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현지 맞춤형 전략을 강화하고 판매채널 확장에 집중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방콕(태국)=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