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이면 올해 최대 아파트 분양시장이 선다. 2007년 12월 이후 22개월 만의 최대 물량인 6만6000여세대가 한꺼번에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 강남 세곡지구 등 4개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사전예약을 비롯해 남양주 별내,고양 삼송,인천 송도 청라 등 신도시 · 택지개발지구,강동구 고덕주공,군포 산본주공 등 재건축,동작구 본동5구역 등 재개발에서 다양하고도 풍성한 물량이 쏟아진다.

택지지구도 중소형을 주로 공급하는 곳과 중대형 중심의 택지지구가 골고루 있어 보금자리주택 청약에서 다소 소외된 청약예 · 부금 가입자들에겐 희소식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서 벗어나 있는 신규 분양 청약열기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22개월 만의 최대 분양물량

부동산 정보업체인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다음 달 전국 80개 단지에서 총 6만6165세대(임대,오피스텔 제외)가 일반분양된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시행사들이 '소나기 분양'에 나섰던 2007년 12월(7만7660세대) 이후 월간 단위로는 최대 규모다.

지역별 분양 예정 물량을 살펴보면 분양물량의 83%가 수도권에 집중된다. 경기도가 3만4096세대로 가장 많고 인천(1만5306세대) 서울(5743세대) 충남(5411세대) 전남(1617세대) 부산(1560세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처럼 분양물량이 10월에 몰린 것은 △10월이 연중 최대 분양 성수기인 점 외에 △보금자리주택 시범단지에서 1만4000여채가 사전예약으로 공급되고 △내년 2월11일이면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도세 감면 혜택은 지난 2월12일 이후 1년간 △지방 및 수도권 비과밀억제권역은 100% △서울을 제외한 과밀억제권역은 60%씩 향후 5년간 양도세를 깎아주는 제도이다.

재개발 · 재건축 물량도 크게 늘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2006년 11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재개발 구역들이 2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이 추진돼 분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주택종류 다양하고 풍성


한 부동산 전문가는 "반찬이 워낙 많아 무엇부터 시식해야 할지 즐거운 지경"이라고 10월 분양시장을 묘사했다. 이어 "분양 예정 단지의 현황을 담은 표를 추리고 또 추려도 40개나 됐다"며 "풍성한 수확을 거둔 넉넉한 한가위 풍경 같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도 다양한다. 서울 강동구에선 모처럼 재건축 아파트(고덕주공)가 일반분양된다. 서울 도심권에선 용산국제업무지구로 관심을 모으는 용산구 국제빌딩3구역을 비롯,중구 만리동,왕십리1구역 등이 분양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강변인 광진구 광장동과 동작구 본동5구역 일대에도 분양물량이 선보인다. 경기지역은 고양시 삼송지구와 별내지구 일대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 안양시 관양지구에서도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고 광명주공,산본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 물량도 일반분양될 예정이다. 김포한강신도시는 물론 인천 송도와 청라,영종하늘도시도 분양에 나선다.

◆청약통장별 전략

청약저축 가입자는 납입액이 500만원 이상이면 보금자리주택을 최대한 공략해볼 것을 권한다. 서울에 살면서 1500만~2000만원 이상을 납입한 사람은 당연히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지구(강남 세곡,서초 우면)를 타깃으로 삼아야 한다. 그 이하 납입액을 넣은 사람이라면 강남권 당첨 확률이 낮기 때문에 하남 미사나 고양 원흥 등 나머지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 2곳으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지역우선공급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남 미사지구 물량은 약 9000세대인데 청약저축 1순위자는 7000여명으로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하남지역 거주자에게 30%가 우선공급되기 때문에 2700세대 물량에 최대 7000명이 경쟁하게 된다. 그만큼 당첨 확률이 높다. 하남에 사는 청약저축 가입자는 무조건 미사지구 청약에 올인하라는 얘기가 이래서 나온다.

청약예 · 부금 가입자라면 택지지구나 재개발 · 재건축 물량도 고려대상에 넣어야 한다. 가격 경쟁력이 보금자리주택지구보다는 떨어지지만 모처럼 물량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내달 또는 11월에 분양할 광교신도시의 호반건설 아파트의 경우 전체 555세대 중 109㎡의 중소형 주택이 있어 예 · 부금 가입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또 안양 관양지구 등은 지역우선공급이 100%이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경쟁력 있는 중소형 공공분양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전매제한과 양도세 감면 폭도 꼭 따져보도록 하자.비과밀억제권역인 남양주 별내지구의 경우 전매제한이 전용 85㎡ 이하는 3년,그 이상은 1년이다. 반면 과밀억제권역인 고양이나 광교신도시 수원지역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전매제한이 전용 85㎡ 이하는 5년,85㎡ 초과는 3년으로 불리하다. 양도세 감면도 별내는 100%인데 반해 고양과 광교의 수원지역은 60%로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다. 이 때문에 청약경쟁률이 고양이나 광교보다 별내지구가 높았다. 따라서 자금 여력이 있고 생활기반이 강남권 또는 수도권 남부지역인 사람은 경쟁률이 낮은 광교신도시를 노려볼 만하다. 삼송지구에선 전용 85㎡ 이하 주택이 1760세대나 나오기 때문에 지하철로 서울 강북권 도심에 출퇴근하는 경기북부 거주자들은 적극 청약에 나서도록 하자.

한편 인천 청라지구는 투자 목적의 수요자들 몫이라 할 수 있다. 대형 아파트 일색인데다 전매제한 1년,양도세 감면 100% 물량이기 때문.하지만 이 지역에서 그동안 분양물량이 많았으니 팔리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실거주도 감안해야 한다.

인천권에서 가장 인기가 높을 곳으로 보이는 송도에서도 전용 85㎡짜리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어서 청약가점이 60점대 후반 정도로 높은 수요자들은 적극적으로 청약에 나서볼 것을 권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