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아파트를 재건축할 때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거둬들이는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의 부과기준을 기존의 '집값 상승분'에서 '용적률 증가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 재건축사업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재건축을 하더라도 큰 개발이익을 거두지 못하는 지방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용적률 증가분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오히려 조합원들이 억지로 개발이익금을 내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지방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적체 현상이 심각한 대구 · 부산 · 광주 등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조합 측은 국토해양부의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기준 변경 추진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곳곳에서 좌초되고 미분양이 쌓여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건축 사업 자체를 원천 봉쇄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조합이 설립되고 사업인가까지 끝마친 광주 송정동 A재건축 단지 관계자는 "미분양이 워낙 많은 데다 사업성이 떨어져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용적률을 기준으로 개발이익을 환수하게 되면 아예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방 중에서 재건축 단지가 많은 편인 부산 사업장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재개발 · 재건축 단지 40여곳 중 절반 가까이가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건축 추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부산 구포지구의 한 조합 관계자는 "서울,수도권과 비교할 때 지방 재건축은 집값 상승률이 높지 않다"며 "조합원들이 원가도 못 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업계 전문가인 서대호 감정평가사는 "재건축을 해도 개발이익이 없고 용적률만 증가해 오히려 부담금을 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개인 재산권 침해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였다.

한편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와 국회 법안심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두 행사 모두 재건축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토해양부와 국토연구원은 오는 29일 개최할 예정이던 '재건축 개발이익의 환수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취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또 21~22일 열릴 예정이던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법안심사도 연기돼 이번 회기 내에 논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