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고 갈 '가을의 전설'이 3주 후면 한국과 미국, 일본에서 시작된다.

한국프로야구는 KIA, SK, 두산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삼성, 롯데, 히어로즈가 마지막 한 장 남은 티켓을 놓고 경합 중이다.

미국프로야구는 뉴욕 양키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일찌감치 가을 잔치를 예약한 가운데 나머지 6팀이 막판 혼전 중이고 일본프로야구도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필두로 양대리그 클라이맥스 시리즈에 진출할 6팀의 윤곽이 거의 정해졌다.

수확의 계절 가을이 더욱 풍성했던 건 '가을 사나이' 덕분이었다.

챔피언전인 월드시리즈, 한국시리즈, 일본시리즈가 10월에 열려 붙여진 '10월의 사나이'는 원래 뉴욕 양키스의 슬러거 레지 잭슨에게 붙여진 고유명사였으나 지금은 투타에서 최우수선수(MVP)를 일컫는 일반명사로 바뀌었다.

월드시리즈 9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내보낼 투수로 한때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필라델피아)가 첫 손으로 꼽혔다.

그에 대항해 타석에 기용할 타자로는 '홈런의 황제' 베이브 루스와 잭슨 등이 거론되는 등 야구팬을 울리고 웃겼던 '10월의 사나이'는 야구사에 여럿 존재했다.

◇ 미국= 루스, 잭슨, 깁슨, 리베라 등 수많은 스타
정규 시즌에서 검증받은 슈퍼스타들이 대부분 최후의 승부처에서도 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3번, 뉴욕 양키스에서 4번 등 총 7번이나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낀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는 월드시리즈 역사에서도 투타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

10차례 월드시리즈에 출전한 루스는 통산 41경기에서 타율 0.326을 때리고 홈런 15방에 33타점을 남겼다.

루스는 1926년과 1928년 월드시리즈에서는 한 경기에 홈런 3방을 터뜨리며 대폭발했다.

원래 투수였던 루스는 보스턴 시절에는 월드시리즈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87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특히 1916년 브루클린 다저스와 2차전에서는 선발 등판, 14이닝 동안 단 1점만 주고 완투승을 거두기도 했다.

14이닝 완투승은 월드시리즈 사상 최장이닝 완투승으로 기록돼 있다.

통산 타율 0.262에 불과했던 잭슨은 5번의 월드시리즈에서만 타율 0.310을 때려 가을만 되면 돌변하는 사나이로 유명했다.

월드시리즈에서는 통산 타율 0.357의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오클랜드와 양키스에서 각각 두 번씩 정상을 밟았다.

포스트시즌에서만 홈런 18개를 쏘아 올렸고 1977년 월드시리즈에서는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주가를 높였다.

잭슨은 타자로는 처음으로 1973년과 1977년 두 번이나 월드시리즈 MVP를 받았다.

역시 포스트시즌 타율은 0.257에 불과하나 장쾌한 한 방을 터뜨린 미키 맨틀(양키스)도 영웅으로 기억된다.

월드시리즈에서 맨틀보다 홈런(18개), 득점(42개), 타점(40개)을 많이 올린 선수는 없다.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80개) 기록은 1990년대 후반 양키스 군단의 4번 타자 버니 윌리엄스가 보유 중이고 최다 홈런은 매니 라미레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가 지난해까지 28개를 쏘아올렸다.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시애틀)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 2위(0.421)에 오른 게 눈에 띈다.

투수 중에서는 세인트루이스의 에이스 봅 깁슨이 돋보인다.

깁슨은 1964년, 1967~1968년 월드시리즈에서 9번 등판해 7승2패, 평균자책점 1.89를 기록했다.

81이닝 동안 삼진 92개를 잡은 최고 방패였다.

특히 1967년 보스턴과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는 승리투수도 되고 홈런도 때린 진기록을 남겼고 1968년 디트로이트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는 무려 삼진을 17개나 솎아내기도 했다.

깁슨이 막강한 선발이었다면 마리아노 리베라(양키스)는 최고 소방수다.

1995년 이후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76경기에서 8승1패 34세이브를 거뒀고 평균자책점 0.77을 기록 중이다.

가을 잔치에서만 11승2패 평균자책점 2.23을 남긴 핏빛 투혼의 대명사 커트 실링(보스턴), 역시 7승2패를 거두고 1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벌이는 등 큰 무대에서 강한 조시 베켓(보스턴) 등도 유명하다.

◇한국= '가을 까치' 김정수, '가을 사나이' 김종훈
미국과 일본보다 일찍부터 포스트시즌 제도가 발달한 한국에서는 가을에 유독 강한 스타가 많이 배출됐다.

'까치' 김정수는 특히 한국시리즈에 강한 투수였다.

1986년 혼자 3승을 거둬 해태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선사한 김정수는 2003년까지 7승3패, 평균 자책점 2.44를 남겼다.

포스트시즌 통산 성적은 7승6패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2.87이다.

'대성불패' 구대성(한화)은 가을 잔치에서 통산 10세이브, 평균자책점 1.38의 빼어난 성적을 보유 중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의 포스트시즌 평균자책점(2.24)보다 좋다.

선 감독은 대신 가을 잔치에서만 삼진을 103개나 잡았다.

특히 한국시리즈에서 79개나 솎아내 소속팀 해태에 6번이나 우승컵을 바쳤다.

14년 통산 타율 0.253으로 현역을 마감한 김종훈(삼성 전력분석팀)은 가을에 미친 전형적인 선수였다.

롯데와 삼성을 거치면서 큰 경기를 많이 치렀던 김종훈은 가을축제 타율이 0.285나 되고 타점도 34개나 수확했다.

한국시리즈에서만 22타점을 올려 이만수 SK 코치와 통산 1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다섯 시즌을 뛴 '흑곰' 타이론 우즈(전 두산)는 한국시리즈 7개 포함 가을에만 13방을 터뜨려 이승엽(12개)을 앞섰다.

한국시리즈에서 1승1패를 남긴 김상엽(전 LG)이 플레이오프(4승)와 준플레이오프(2승)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일본= 요미우리 천하
2004년부터 양대리그에 플레이오프 개념을 도입한 일본은 가을잔치의 역사가 짧다.

센트럴, 퍼시픽리그 1위팀끼리 격돌하는 일본시리즈가 포스트시즌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1950년부터 시작된 일본시리즈에서 20차례나 정상을 밟아 최다 우승 구단으로 인정받는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기록 대부분을 보유 중이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요미우리를 이끌고 일본시리즈 9연패를 이끌었던 명장 가와카미 데쓰하루가 현역 시절 일본시리즈 통산 타율 0.365를 때려 수위를 달리고 있고 나가시마 시게오 요미우리 종신 감독이 통산 최다안타(91개) 타이틀을 갖고 있다.

통산 최다 홈런(29개)과 타점(66개)은 각각 요미우리 4번과 3번을 때린 오사다하루와 나가시마가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호리우치 쓰네오(요미우리)와 이나오 가즈히사(긴테쓰)가 통산 11승으로 최다승을, 한국 히어로즈에서 활약했던 다카쓰 신고가 8세이브로 최다 구원 1위를 지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