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차 유출시 치명적 피해..대책 시급

GM대우의 자동차 제조기술이 해외 업체로 유출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허술한 기술보안 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전 GM대우 연구원은 러시아 자동차회사인 타가즈(Tagaz)의 한국법인인 타가즈코리아로 옮긴 뒤 퇴사 당시 라세티의 설계도면 등 GM대우의 자동차 개발에 관한 핵심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직 임직원이 해외 업체 등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사건이 종종 발생했었다.

2007년에는 현대차 직원이 자동변속기 기술을 중국 자동차 업체에 유출하는 사건이 적발됐고 지난 7월에도 이 회사 선임연구원 천모씨가 10종의 엔진 전자제어 기술 자료가 든 파일을 자동차 튜닝업체 측에 넘겨 준 혐의로 구속됐다.

쌍용차에서는 대주주였던 상하이자동차가 올해 초 경영 철수를 선언한 직후 모기업이 자회사의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은 각 부분별로 고도의 기술을 축적해야 고품질의 완성차를 만들 수 있으며 신차가 개발될 때마다 거액이 소요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출시한 현대차 투싼 아이엑스의 경우, 3년여간 2천800억원이 신차 개발에 투입됐다.

신차 개발비는 이미 해당 업체가 일정 수준의 제품 생산기술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추가 투입되는 비용이다.

따라서 기술력이 현저히 뒤지는 타 업체에 핵심 기술이 넘어갈 경우 신차개발비를 훨씬 넘어서는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기술유출 사건이 발생한 GM대우도 경차와 중소형차에 대한 노하우가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업체여서 핵심 기술이 빼돌려지고 2, 3차로 유출이 이뤄진다면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수년간 거액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이 타 업체로 넘어갔을 때 발생할 경제적 손실이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각 업체들이 기술보안을 보다 철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화나 개인 컴퓨터에 대한 보안 수준을 강화하고 특히 퇴직자에 대한 관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현재 자동차 업체들은 연구개발 업무에 종사했던 퇴직자가 3년간 동종업체 근무하지 못하도록 서약서를 쓰게 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기술 유출을 막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퇴직자도 회사를 떠난 기간에 따라 등급을 나눠서 관리하고 정부 및 유관 단체에서도 취업 알선을 해 주는 등 퇴직자가 금전적 이익 때문에 타 업체에 기술을 넘겨주는 일이 없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