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서울 강남3구(강남 · 서초 · 송파) 재건축추진 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서자 이 지역 부동산거래 시장이 아연 긴장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의 A공인중개는 31일 "일요일인 지난 30일에도 고객들의 문의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며 "특히 사업하시는 분 중에 국세청으로부터 자금조사를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득이 없는 미성년 자녀 명의로 사려고 했던 고객들도 자금 경로를 확실히 해놓는 방법 등을 중개사들과 회계사들에게 묻고 있다. 만약 부모가 미성년 혹은 성년 자녀에게 10억원짜리 강남 재건축추진 아파트를 증여한 사실이 밝혀지면 현행 세법상 2억원 정도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가격 상승을 주도했던 서초구 구반포는 냉랭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반포동의 C공인중개는 "31일 오전부터 거래 분위기가 썰렁해졌다"고 전했다. 2006년 모든 매입자들이 국세청으로부터 전수조사를 받았던 강남구 대치동 분위기는 훨씬 더하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단지 내 G공인중개는 "3년 전 세무조사로 타격을 받은 사람이 많다"며 "집 한번 잘못 샀다간 가정 경제가 파탄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이번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는 강남 부동산의 가격이 정점을 향해 오르려는 시점에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매수자들이 하반기 가격 상승 기대감 속에 "웬만하면 사자"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

압구정의 D공인중개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구현대 109㎡(33평)를 13억5000만~13억8000만원대에 사려는 대기 수요자가 있었다"며 "이는 2006년 최고가인 13억5000만원을 넘긴 가격"이라고 말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도 용적률이 정해지고 재건축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조치로 거래는 당분간 소강 상태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 재건축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금출처 조사를 염두에 두고 결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큰 '약발'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 서초동의 H세무사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는 기존에도 해왔던 것"이라며 "정부가 정치적인 효과를 노리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일수 기업은행 PB고객부 부동산팀장은 "투자자들이 이미 자금출처에 대한 대비를 해왔기 때문에 국세청 조사가 거래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선화/노경목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