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회사에 다니는 조성훈씨(30)는 청약저축 가입기간이 짧은 사람들에게도 보금자리주택(무주택 서민을 위한 중소형 아파트)을 공급하는 '근로자 생애최초 청약제도'가 생겼다는 소식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다. 하지만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이내 실망하고 말았다. 생애최초 청약자격을 얻으려면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80% 이하(작년 기준 약 312만원 · 세전소득)여야 하는데 조씨의 세전 월소득은 이보다 약간 많은 324만원이다. 그는 "자영업자들은 소득신고액을 조절해 얼마든지 생애최초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는 봉급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보금자리주택 조기 공급 내용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직장인,자영업자 소득기준 차등화

국토해양부는 직장근로자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후속대책을 마련,다음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국세청과도 자영업자 소득 파악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성실납세하는 젊은 직장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당초 생애최초 청약자격은 근로자에게만 주려고 했다"며 "자영업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고려에 따라 청약자격을 함께 주기로 했지만 소득기준 부분에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저축 장기가입자는 역차별

생애최초 청약제도 신설로 7년 이상 청약저축에 돈을 부어온 장기 가입자들이 역차별받는 결과도 나올 수 있다. 정부는 청약저축에 2~6년 가입한 젊은 세대가 거의 공공분양 주택을 공급받지 못해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져 사회문제화하고 있다고 판단,생애최초 청약제도를 만들었다. 생애최초 청약 물량을 전체 보금자리 분양주택의 20%로 하고 장기 가입자들이 주로 배정받는 일반공급분의 비중을 40%에서 35%로 줄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공급 비중이 줄기는 하지만 연간 수도권에서 1만6000채 공급키로 했던 보금자리주택 일반공급 물량을 2012년까지 2만2500채로 대폭 늘리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3년 이후엔 보금자리 분양주택 자체가 수도권에서 연간 2만7000채가량으로 줄어들어 일반공급분도 9300채로 급감하게 된다. 4년 뒤엔 청약저축 장기 가입자들의 불이익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청약예 · 부금 가입자와 독신자 불만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이어서 청약자격을 청약저축 가입자와 올해 도입한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로 국한했다. 중소형 민영주택에만 청약할 수 있는 청약부금 가입자가 역차별을 받고,민간 건설사의 공급주택에 청약 가능한 청약예금 가입자도 보금자리주택에선 배제됐다. 내년 4월 사전예약방식으로 공급될 서울 송파 위례신도시의 보금자리주택도 전체 공급물량(4만3000채)의 절반인 2만2000채나 된다. 위례신도시에서 청약예 · 부금 가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는 중소형 주택은 3800채에 불과하다.

이 밖에 보금자리주택 특별공급 대상인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청약자,다자녀 가구 등은 모두 기혼가정,내지 기혼자들로 한정해 요즘 늘어나는 1인가구,특히 미혼 독신자들의 내집마련 기회가 좁아지고 있는 문제도 있다.

장규호/성선화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