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만인 19일 오전 김 전 대통령 유가족을 조문하기 위해 조의방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북한의 조의방문단은 2001년 3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장례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정부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조문단의 방문은 금명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에 이어 이례적인 조문단 파견까지 이뤄짐에 따라 남북간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북한은 이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조문단 파견 의사를 전해왔다. 북한 아태평화위원회에서 보낸 통보 내용에 따르면 방문단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 비서와 부장 등 5명으로 구성하고 체류 일정은 당일로 하되 필요할 경우 1박2일이 될 수도 있다. 단장으로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리종혁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오르내린다. 대남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김기남 조선노동당 대남사업 총괄비서가 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 비서는 2005년 8 · 15 축전행사를 위해 남한에 왔을 때 당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문병하기도 했다.

장례 일정상 조문단은 이번 주에 올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방문 날짜는 장례식 전으로 하되 유가족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박지원 의원의 의향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내왕 경로는 북한 측 특별 비행기를 이용해 서해 직항로로 올 예정이다. 북측 비행기는 평양공항에서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올 가능성이 높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정부 차원에서 정식 통보를 받은 것은 없지만 북측이 방문하는 데 필요한 행정 절차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와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북한이 조문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조문단 파견을 타진하는 과정에서 통일부가 아닌 민간 채널을 채택한 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공식 대화창구인 통일부를 제쳐두고 김대중 평화센터 소속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민주당 의원 앞으로 조문단 파견 의사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통민봉관'(민간과는 교류하고 당국 간 대화는 하지 않음) 전술을 구사한 것이 남북대화 채널 재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북한이 (김 전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최고위급 인사를 조문단 대표로 보낼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북측 조문단이 온다면 남북관계에는 아주 긍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