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된 두 여기자 석방을 위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극적인 방북 이후 그 파장과 여파를 둘러싸고 관련 국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미국은 여기자 석방이란 실리를 챙겼다. 그렇지만 앞으로 인질 석방을 위해선 전직 대통령이 계속 나서야 한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도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행정부는 클린턴 방북을 개인적,인도주의적 목적에 국한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유엔과 국제사회에 의한 대북한 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클린턴 방북은 미국이 북한에 사실상 양자회담을 허용한 것으로서 북한의 외교적 노림수에 놀아난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있다.

클린턴 방북 이후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유지돼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될지 여부다. 최근 미얀마와 인도의 북한 의혹 선박에 대한 조치에서 보는 것처럼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결의안 1874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다. 혹시 클린턴 방북 이후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노선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유엔결의안 1874는 대북 제재를 추진하면서도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해서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사실을 또한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나오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국면에서는 당근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제재라는 채찍이 유효하다는 점이다. 대북 제재는 북한이 다른 방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일종의 둑을 쌓는 일과 같은 것이다. 북한이 6자회담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유엔결의안을 통한 국제사회의 일사불란한 제재 조치가 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도 유엔결의안 이행에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린턴 방북은 대북한 국제공조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해서 오바마행정부는 분명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2009년 5월 북한이 2차 핵실험에 사용된 것과 같은 핵무기를 조립하는 데에는 18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6자회담이 한창 진행중이고 부시행정부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해제해 주었을 때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사실도 모른 채 부시행정부 말기에 미국은 대북 유화정책이라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2차 북핵 실험은 특히 중국을 분노케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이후 중국은 북한이 핵보유 국가가 되겠다는 확실한 의도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됐고 어느 때보다 신속하게 강도 높은 유엔결의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북한은 이번에도 제재 국면을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클린턴 방북이 이런 북한의 노림수에 걸려드는 것이 돼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북한은 과거 핵실험을 강행한 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경우를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6개월을 채 넘기지 못했다. 바로 북한은 금년 말까지만 버티면 시간은 자신들 편에 서있다고 믿고 싶을 것이다. 북핵 문제 해결의 핵심은 북한의 생각대로 되지 않도록 확고한 국제공조체제를 장기간에 걸쳐 갈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이명박정부는 클린턴 방북 이후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을 벗어나서 양자회담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제기한 '포괄적 일괄타결방안'도 현실성이 있는지 여부도 잘 따져보아야 한다. 일괄타결안이 처음 제기된 1994년과 두 번의 북핵 실험이 이뤄진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는 완전한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하면서 클린턴 방북 이후에 대한 분명한 대응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ㆍ국제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