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평양 방문에 나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 회장의 평양 방문은 그룹 회장에 취임하기 직전인 2003년 10월6일 `류경정주영체육관' 개관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 그곳을 찾은 이후 이번이 7번째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을 이끌던 남편(정몽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현모양처(賢母良妻)형' 주부에서 재벌 총수로 변신했다.

경기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1976년 고(故) 정몽헌 회장과 결혼했다.

슬하에 1남2녀를 뒀으며 장녀인 정지이 현대U&I 전무는 이날 현 회장의 평양 방문을 동행한다.

1980-1983년 남편과 함께 미국 페어리디킨슨대학에서 유학하며 인간개발론을 공부했으며, 걸스카우트 연맹 중앙본부 이사, 대한적십자사 여성봉사 특별자문위원 등으로 여성계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남편의 자살로 현대그룹 경영을 맡기 전까지 현 회장은 `내조형' 또는 `현모양처형' 주부로 지인들 사이에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정몽헌 회장이 2003년 8월4일 타계한 이후 현 회장은 그룹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그는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의 경영권 분쟁 끝에 2004년 3월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에 선임되면서 경영권 논란을 종결지었다.

2005년 8월에는 비리 의혹에 연루된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물러나게 해 북측과 대북 사업 전반에 걸쳐 갈등을 빚었지만 2007년 10월 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개성관광, 백두산 관광, 비로봉 관광에 합의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현 회장의 방북은 그룹 내 중대한 경영 현안이 있을 때 직접 현장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현 회장은 지난해 7월 금강산에서 남측 관광객이 북측 초병에 피살되면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는 등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는 바람에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작년 11월 금강산에 이어 개성관광까지 중단되면서 대북사업이 존폐기로에 처했다.

특히 올 들어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심화한 상황에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가 북한에 억류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경영난이 가중된 상태이다.

그가 평양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7번째로, 작년 2월 뉴욕필하모닉의 평양 공연 참석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그룹 내에서는 현 회장이 2007년 평양 방문을 통해 `백두산 직항 관광'이라는 큰 결과물을 들고 돌아왔던 것처럼 이번 방문에서도 억류 직원 석방이나 대북사업 재개 등 모종의 성과를 거둬주기를 바라고 있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대북사업 위축, 직원 억류 문제 등 그룹 내에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 많아 현 회장의 방북에 거는 기대가 크다"며 "차분하면서도 뚝심 있는 성격으로 현안을 잘 해결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