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방북 보따리를 풀 예정이다. 관심은 보따리 속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 등 북한의 어떤 메시지와 카드들이 튀어나올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6일 "클린턴 전 대통령이 5일 밤(현지시간)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팀에 자신의 방북 결과를 우선 설명했으며,공식적이고 심층적인 추가 브리핑을 백악관에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좀 더 완전한 브리핑을 받을 것"이라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전 대통령과 마주 앉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이 주장한 대로 '시민 클린턴'의 순수한 인도적 차원의 개인적 방북이었다면 석방만으로 드라마는 종결됐을 터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계속 추구하면 더욱 국제적인 고립에 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의 반응이 있었을 것이고,과거 클린턴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아쉬움을 자연스레 거론하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제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북한을 포함한 불량국가와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애드벌룬을 띄운 것은 오바마였다.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이 김-클린턴 회동 자리에 배석한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그는 1994년 북 · 미 핵협정을 이끌어낸 주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한 관계자들을 만난 미국과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김 위원장이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기를 희망하는 등 북 · 미 직접 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린턴이 6일 회견에서 "북한에 준 것도,북한에서 받은 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북한이 '뉴욕채널'이라는 유엔의 북한 대표부를 통해 석방 협상을 벌인 점,김-클린턴 회동이 성사된 것 자체가 양국이 이미 외교무대로 옮겨온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 국무부는 당초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동의(agree)해야 한다"고 했다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이후에는 "국제사회의 의무들을 이행하겠다는 의지(willingness)를 보여야 한다"고 톤을 미묘하게 바꿨다. 실제로 방북 보따리에서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 카드 등이 나온다면 공은 다시 미국쪽으로 넘어오는 것이 된다. 김 위원장으로선 밑질 게 없는 카드로 보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