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농성 진압작전 이틀째인 5일 평택 쌍용자동차 도장2공장 주변은 전쟁터와 같았다.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화염병이 떨어지는 곳곳에서는 불길이 솟아올랐다. 공중에는 3~4대의 헬기가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고,도장공장 등의 외벽은 검게 그을려 흉물스러웠다. 조립공장 주변 바닥에는 농성자들이 새총으로 쏜 볼트와 너트,돌멩이들이 굴러다녔다.

경찰은 이날 조립3 · 4공장과 도장1공장을 차례로 신속하게 장악한 뒤 농성자들의 마지막 근거지인 도장2공장 목전까지 경찰병력을 전진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농성자들은 인화성이 강한 신나통을 쌓아 경찰을 위협하는 한편 사제총과 새총 등을 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징검다리 작전 전개

경찰은 이날 오전 9시50분께 헬기를 이용해 특공대 10여명을 옥상에 투입하는 작전으로 20분 만에 도장1공장 장악에 성공했다. 헬기에서 낙하한 특공대가 옥상의 농성자들을 제압한 뒤 고가사다리를 통해 지상에 대기하던 특공대가 합류하는 방식으로 작전은 진행됐다. 그동안 농성자들은 도장1공장 옥상에서 새총과 다연발 사제총 등을 쏘며 경찰의 진압작전을 저지해왔다.

이보다 한 시간 여 앞서 경찰은 대형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를 이용,특공대 200여명을 투입하면서 도장1공장과 연결통로가 있는 조립3 · 4공장을 장악했다. 이 공장 옥상을 점거하고 있던 100여명의 노조원들은 새총을 쏘고,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5분여 만에 도장2공장으로 밀려났다. 이 과정서 도장공장 주변이 불길과 검은 연기로 휩싸이자 소방헬기들이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에 나섰다. 전날 차체2공장에 이어 이날 조립3 · 4공장과 도장1공장을 장악함으로써 최종 목표인 도장2공장으로 포위망을 좁혀가는 이른바 경찰의 '징검다리' 작전이 성공한 셈이다.


◆"불질러 버리고 끝내자"

경찰은 이날 도장2공장에 520여명의 노조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오후에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이들 중 150명은 살상무기를 동원해 경찰과 사측을 끊임없이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특히 10여명은 강성 노조원들로 '도장2공장 이거 확 불질러 버리고 끝내버리자'는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한상균 노조지부장도 '도저히 통제할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도장2공장 안에 시너 8400ℓ가 있는 등 폭발성 물질 때문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며 "이것만 아니면 작전을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은 농성자들의 자진 이탈 시한을 6일까지로 정한 것에 대해 "최대한 많은 인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그러나 시간이 많이 남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해 6일까지 자진 이탈할 경우 최대한 선처하겠다는 방침이 '최후통첩'임을 내비쳤다.


◆부상자 속출‥안팎서 충돌

경찰의 진압작전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날 진압과정에서 경찰과 사측에서 46명의 부상자가 발생,평택지역 병원으로 이송됐다. 진압과정에서 추락한 3명을 포함, 부상당한 노조원 4명도 병원으로 옮겨졌다. 부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에 농성자 가족들과 사측 직원들도 초조해하며 발을 굴렀다. 이날 작전이 개시된 오전 5시께부터 농성자 가족들과 일부 사측 직원들은 공장 정문에 모여 시커멓게 치솟는 도장공장 주변의 불길을 바라보며 상황 파악에 분주했다. 비해고 노조원인 김모씨는 "큰 사고 없이 빨리 진압돼 사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오전 9시께 정문 앞을 청소한다며 나온 사측 임직원 500여명이 그때까지 남아있던 수십명의 외부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장 안팎에서 충돌이 벌어지며 한동안 쌍용차 평택공장 주변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찰은 이날 진압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하는 노조원 11명을 연행,안성경찰서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진압과정에서 압수한 다연발 사제총과 십자형 표창,새총,사제 화염방사기 등을 공개했다. 경찰은 "화염방사기와 사제총 등은 가까운 거리에서 치명상을 입힐 정도의 위력을 가진 것으로 분석돼 살상무기에 가깝다"며 "농성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50여종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76명의 노조원이 농성장에서 빠져나와 지난 2일 노사협상 결렬 후 농성대열에서 이탈한 노조원은 모두 202명으로 늘어났다.

평택=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