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던 2명의 미국 여기자가 석방됐지만 북한이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북한정책 특별대표를 공식 초청하는 등의 후속 조치를 취해야 북 · 미 대화의 문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 · 미 간 대화 분위기에 대해 "양국 간에 인도주의적인 문제 하나가 풀린 것뿐"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미 대선과정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에게 동아시아 외교정책을 자문한 인물이다.

그는 "북한이 여기자들을 풀어준 것은 선물이지만,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준 것도 선물"이라며 양국이 서로 상징적인 선물을 주고 받았다고 평가했다. 때문에 "앞으로 북핵 6자회담의 틀안에서 양국이 대화를 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의 후속 행동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단계로 북한이 지금까지 거부해온 보즈워스 특별대표의 방북을 수락하는 등 행동을 보여야 공식적으로 대화하겠다는 의사 표시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2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에서 코너로 몰렸는데 다시 나올 핑계를 찾지 못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미국이 북한을 향한 적대적인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식의 명분으로 삼아 대화에 나오든지,아니면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리든지 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 전달 여부에 대해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다 설명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민간인 신분으로 방북했다는 백악관 측의 거듭된 강조는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1874호를 계속 이행하겠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