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먹으려고 중국집에 갔더니 스파게티가 나온 격이다. "

청와대가 '중도강화' '친(親)서민'을 표방한 뒤부터 정부가 'MB노믹스'의 기본 원칙을 뒤집는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는 박효종 서울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비판이다.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4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중도'의 실체는 무엇이며 '이명박다움' 찾기라는 목표에 부합하는지를 논의했다.

◆일관된 원칙 · 비전 갖고 국민 설득해야

박 교수는 주제 발표에서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펴겠다는 걸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서민 복지의 핵심이 일자리라면 '기업 친화=고용 친화'이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친서민 정책'이라고 왜 담대하게 국민들에게 호소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국민들이 표를 몰아 준 뜻을 되새겨야 한다"며 "실체가 없는 '부자 증세'나 '서민 감세'를 내세울 게 아니고 초심으로 돌아가 기업과 서민은 '윈윈 게임'의 당사자라는 점을 설득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단기간의 인기에 집착한다면 결코 인기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일관된 원칙과 뚜렷한 비전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 나가는 인내심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북돋아 활기 찬 시장 경제를 만들자는 게 보수의 가치"라며 "정부 내에 이걸 버려야만 '친서민 행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오류'가 또아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원칙 없는 포퓰리즘 정책 양산

박 교수는 원칙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 초래할 부작용을 △규제 강화 △법치주의 완화 △개혁 지체 등 세 가지로 정리했다. 예컨대 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100% 입학사정관제 실시'를 언급한 것은 규제 강화로 볼 수 있다. 대통령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교육 정책의 방향을 못박는 게 교육 현장에선 규제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봇물을 이루는 것도 '친서민'이 도그마로 흐르면서 생겨난 부작용이다.

오는 15일 광복절 특사에서 이른바 '생계형 사면'이라며 음주운전 초범자를 포함한 대규모 사면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법치 완화의 사례로 꼽힌다. 박 교수는 "유난히 법과 질서를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가 이런 것까지 '친서민'으로 포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공기업 개혁의지 실종?

아울러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오히려 늘고 있는 것은 '중도강화론'을 내세우면서 개혁 의지마저 유야무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대로 민영화 실적이 전혀 없는 것은 명백한 개혁 지체 현상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중도는 좌우라는 '모태 상품'에서 나온 '파생 상품'과 같은 것이라서 국정 철학으로 '지속 가능한 노선'이 될 수는 없다"며 "보수라는 딱지가 부담스럽다면 실체가 모호한 '중도'나 '실용'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따뜻한 보수'나 지향점이 분명한 '헌법 정신'을 내세워야 한다"고 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