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선수지만 시즌 초반 소속팀에 잘 적응해야 결과적으로 대표팀에도 도움이 된다"

축구대표팀 사령탑인 허정무 감독은 3일 파라과이와 평가전(12일 오후 8시.서울월드컵경기장)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 23명을 발표하면서 `캡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을 뺀 이유를 이같이 짤막하게 설명했다.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 친선경기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통과한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향한 첫 관문으로 중요한 경기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박지성이 대표팀 전력의 핵심이라 발탁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 고민 끝에 `팀 적응이 먼저'라는 결론에 따라 박지성의 대표팀 제외를 결정했다.

오는 16일 개막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009-2010시즌을 준비하는 박지성을 특별히 배려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방한한 맨유 선수단에 합류해 같은 달 24일 FC 서울과 경기 때 후반 28분 교체 투입돼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던 박지성은 중국 항저우 그린타운(7월26일)과 경기에 이어 독일 아우디컵에 참가했다가 꿀맛 같은 사흘간의 휴식 시간을 보낸 뒤 4일 영국 맨체스터 캐링턴구장에 다시 모여 시즌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하지만 박지성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일정이 빡빡하다.

맨유는 7일 발렌시아, 10일 첼시와 차례로 친선경기를 치르고 나서 17일 안방인 올드트래퍼드에서 버밍엄과 정규시즌 개막전을 벌인다.

박지성으로서는 대표팀에 뽑히면 10일 첼시 경기 직후 한국으로 건너와 12일 파라과이와 평가전에 출전하고 나서 숨 돌릴 틈도 없이 정규시즌 개막전을 맞아야 할 처지다.

특히 박지성은 `특급 윙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지만 지나 시즌 후 새롭게 가세한 안토니오 발렌시아, 가브리엘 오베르탕은 물론 같은 측면 미드필더 자원인 루이스 나니, 대런 깁슨, 대런 플래처 등과 경쟁을 뚫어야 붙박이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대표팀 일정을 위해 강행군을 하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허정무 감독은 이 때문에 박지성은 대표팀에 다시 호출한 박주영(AS모나코), 조원희(위건), 이근호(이와타), 이영표(알 힐랄),이정수(교토) 등 다른 해외파들과 다른 기준을 적용했다.

허 감독은 "박지성은 일정이 굉장히 빠듯하다. 시즌을 시작하면서 맨유가 새로운 선수를 많이 영입해 첫 경기부터 중요하다. 7일과 10일 경기가 있는데 여기서 경기하고 나가면 또 움직여야 한다. 도저히 무리한 일정이고 팀내 입지도 다져야 한다. 선수 본인하고도 얘기를 나눴다. 다음 호주, 세네갈과 경기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여할 것"이라며 박지성을 제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박지성은 아시아투어에 참가한 데다 경기를 하고 맨유에 다시 합류하려면 팀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다"면서 "박주영과 조원희는 휴식기 끝나고 바로 건너가 그쪽에서 바로 생활했기 때문에 두 케이스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지성이 빠진 파라과이와 평가전 때 주장 완장을 대신 맡을 선수에 대해선 "지성이는 변함없는 대표팀의 주장이다.

하지만 빠졌을 때 대신 해준 선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운재나 이영표 등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