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화단에 미술과 패션 가구 악기 등 생활 용품을 접목한 '리얼 라이프 아트(Real Life-Art · 생활예술)'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미술계에 디자이너들의 예술 가구와 현대미술 거장의 회화 조각 사진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 전시회가 열리고 패션 · 악기와 결합한 전시회,화가와 조각가들이 직접 제작한 예술 가구들을 소개하는 기획전도 등장했다.

김창실 선화랑 대표는 "상업적으로 앞서 있던 상품이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을 활용하고 있는 데다 미술품 애호가들도 색다른 예술적 '입맛'을 찾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술과 생활의 '유쾌한 조화'를 표방한 전시회는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의 '인테리어전'(7일까지)을 비롯해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의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전(23일~10월)과 고양 아람미술관의 '패션과 미술의 이유있는 수다'전(9월27일까지),아트컴퍼니 H&H존의 '퍼니쳐'(8일까지),선화랑의 '벽에 걸린 피아노'전(25일~9월5일) 등이 대표적이다.

경기도 안산 경기도미술관의 '패션의 윤리학-착하게 입자'전은 현대 미술과 패션의 새로운 관계를 도출한 흥미로운 프로젝트다. 관람객들은 가뿐한 마음으로 공간에 배치된 작품을 보면서 내재적 기능을 찾아내고 '미술과 패션의 경계'에 공존하는 라이프 아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25일부터 9월5일까지 펼쳐지는 '박철 그림과 악기'전은 현대미술과 음악의 색다른 조화를 '연주'하는 경우다. 피아노와 첼로,바이올린,비올라,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와 박씨의 음악을 소재로 한 그림을 배치해 세련된 공간예술을 연출할 계획이다.

현대 미술과 가구의 아름다운 조화를 표방한 기획전 '인테리어'전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 프루베를 비롯해 조지 나카시마,샤를로트 페리앙,세르주 무이 등이 디자인한 조명 · 테이블 · 의자같은 생활 가구를 애니시 카푸어,데미안 허스트,이우환씨 등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과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서울 삼성동 갤러리 넵스스페이스의 '매드 포 퍼니쳐'(Mad for Furniture)전은 설치 작가 및 조각가 16명이 '아티스트,가구에 미치다'를 주제로 실험성에 비중을 두고 만든 가구들을 보여준다. 버려진 의자를 색색의 고무줄로 감고 그 위에 레진을 발라 만든 의자(김희수)와 의자로 만든 샹들리에 조명(손진아),스푼 모양의 의자(채은미),표면이 평평하지 않은 탁자(이재효) 등이 색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미술기획가 이대형씨는 "캔버스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미술가들의 다양한 시도는 더 이상 벽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대상에 국한되길 원치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 여러 장르 간의 크로스오버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