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는 1500선을 회복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주가가 상장 이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KB금융현대모비스 등 우량 대형주뿐 아니라 틈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소형 실적주들도 경쟁력이 부각되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수준에 비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종목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또 삼성전자LG생활건강 등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둔 종목들도 수두룩해 당분간 지수보다 종목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장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10개 종목 최고가 등극

29일 코스피지수는 1.71포인트(0.11%) 떨어진 1524.32로 거래를 마쳤다.

그렇지만 KB금융은 이날 1.09% 오른 5만54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최고가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KB금융 등 10개 종목(코스닥 포함)이 상장 이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써 지난 4월 이후 사상 최고가에 오른 종목은 이들을 포함,글로비스한전KPS 서울반도체 등 모두 15개에 달한다.

자동차용 플라스틱 내 · 외장재를 생산하는 현대EP도 이날 7310원으로 마감하며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는 차량 경량화에 따른 수혜 기대감이 부각되며 이달 들어서만 80% 넘게 급등했다. 휴켐스는 탄소배출권 사업의 성장성과 안정적인 재무구조 등이 부각되며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휴대폰 결제시스템 업체인 다날과 선박용 엔진부품을 생산하는 대창메탈이 상장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다날은 미국 시장 진출에 따른 성장 기대감이,대창메탈은 실적 호전에 기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며 주가 강세를 이끌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이달에만 6개 종목이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개별 기업들의 선전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적 호전을 배경으로 사상 최고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종목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0만원대 회복을 계속 시도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인 76만원 회복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고, LG생활건강도 21만원 선을 넘어서며 최고가인 23만3500원에 한발짝 더 다가서고 있다.

◆종목장세 심화될 듯

투자자들의 관심이 경기 회복 과정에서 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에 맞춰지면서 종목별 주가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가운데 실적 호전주들을 중심으로 한 순환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대표적인 예로 은행주들이 최근 연일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은행주가 지난해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상대적으로 빠른 이익 개선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주가 강세의 배경"이라고 판단했다.

예컨대 KB금융의 경우 대손충당금 확보와 이익 개선 등 체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17배로 시장 평균치(1.3배)를 밑돌고 있어 앞으로도 최고가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날 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등 주요 은행주들은 동반 강세를 보이며 일제히 연중 최고가에 올랐다.

대형주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한 주가 흐름을 가능케 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정보기술(IT)이나 자동차주 등 대표 종목들의 상반기 실적 개선은 단순히 원 · 달러 환율 효과가 아니라 금융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실적 구조와 체질이 크게 나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업체들은 경영난으로 정상적인 설비투자가 불가능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성장성이 뛰어난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종목 장세가 전개되는 가운데 원자력이나 발광다이오드(LED) 등 신기술 및 신사업을 통해 수익성과 패러다임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도 "실적을 통해 성장성이 검증된 상당수 기업들이 '제2 도약기'를 맞고 있어 이들의 주가 강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강지연/문혜정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