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자재를 납품하는 공급업자가 어느 날 자재 값이 올랐다고 가격 인상을 요구했다고 하자.이때 식당주인이 공급업자와 성실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고 처벌을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나아가 공급업자가 자재공급을 중단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자재를 공급받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배상받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더군다나 공급업자가 식당을 점거하고 영업을 방해하고 있어도 이를 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인 공급계약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공급업자가 처벌을 받거나 손해를 배상하게 된다. 그러나 공급업자가 노조라면 달라진다. 노조의 협상 요구에 성실하게 응하지 않으면 사용자는 처벌을 받는다. 그리고 파업으로 생산을 중단할 지경에 이르더라도 사용자는 다른 근로자를 채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나아가 합법적인 파업이라면 이로 인한 손실을 배상받을 수 없다. 이것은 법에 의해 노조에 주어진 특별한 권리다. 이처럼 노조는 특권을 부여받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권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부여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오래된 것이다. 산업사회 초기에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특권을 허용했을 것이다. 근로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인도 산업평화를 명분으로 노조 특권에 동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이런 특권이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 이익을 해치고 산업평화를 위협한다면 노조에 대한 특권 부여가 바람직한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

노조 특권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일부 근로자에 불과하며 그것도 대부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양호한 사람들이다. 2008년 노조에 가입한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10.5%에 불과하다. 그것도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들이다. 물론 법이 보호하고자 했던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러한 특권을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노조의 특권 행사로 오히려 법이 보호하고자 했던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조가 파업에 성공해 생산성 이상으로 임금을 높게 올리면 올릴수록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미국경제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새로 노조가 결성되면 이들 기업의 일자리가 5~10% 감소한다.

그리고 지난 30년간 노조가 결성되지 않은 제조업의 일자리는 6% 증가한 반면 노조가 결성된 제조업의 일자리는 75% 감소했다. 이때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는 상대적으로 기술이 부족하거나 생산성이 낮은 한계적 근로자들이다. 노조의 특권 행사가 일부 근로자를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내몰거나 아예 근로기회를 빼앗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또한 대기업 노조가 파업에 성공할수록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은 악화될 수 있다. 대기업은 임금 인상을 중소기업의 납품가에 전가시켜 이로 인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 여력을 축소시킨다. KDI 연구보고서가 이미 지적했듯이 정규직 노조 근로자의 높은 수준의 임금프리미엄과 고용 보호를 그대로 두고는 풀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노조의 특권은 원래 보호하려던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를 더 이상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노조의 특권을 현재 수준에서 그대로 보호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열악한 환경의 근로자를 보호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재검토해 보아야 한다. 물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방법을 마련해야겠지만 최소한 불법적인 특권의 행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라는 명분으로 온정주의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 된다. 특권을 부여했던 법체계 자체를 무시하는 특권의 행사는 특권의 존재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기화 <전남대 교수ㆍ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