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 선정 기준으로 시장 경쟁력을 강조했다. 보도채널의 새 지평을 연 CNN과 같은 신선한 사업계획과 이를 뒷받침할 자본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중점 평가하겠다는 얘기다. 미디어시장의 빅뱅을 가져올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의 선정 기준과 일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제시된 셈이다.

◆종편 도입,예정된 수순대로

최 위원장은 종편채널 도입 방안에 대한 대략적인 구상을 밝혔다. 내달 중에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채널 도입에 대한 구체적 정책방안을 발표하고 사업자 승인 신청접수와 심사절차를 거쳐 연내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했다. 방통위가 추진해온 기존 일정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이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데다 방통위 내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이 미디어법 관련 후속 조치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행정기구로서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헌재에서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그때 가서 방향을 수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종편채널 사업자는 예정대로 11,12월께 정해지고 내년 상반기에는 종편 채널이 첫 방송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정 기준은 '콘텐츠 경쟁력'

종편 사업자 선정 기준도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기준에서 가장 중시될 항목으로 '시장 경쟁력'을 꼽았다. 1990년 정부가 SBS를 민방으로 선정할 당시는 중소기업을 배려했고 작년 말 인터넷TV(IPTV) 사업자를 선정할 때는 자본력을 중시했지만 새롭게 등장할 종편 사업자에게는 지상파방송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KBS MBC SBS 등 방송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지상파에 맞설 수 있는 뛰어난 방송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미디어산업이 발전하려면 제일 중요한 게 콘텐츠"라며 "이를 뒷받침할 자본과 인력을 갖췄는지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의 세계적인 안목,공익성에 대한 존중심 등도 주요 선정 기준으로 제시했다.

◆컨소시엄이 종편 사업권 따는 데 유리

단일 사업자보다는 컨소시엄 형태가 사업자 선정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단일 개인보다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이 좋다"며 "사람과 재원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다양한 분야가 참여하는지를 심사의 한 항목으로 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일부에서 특정 신문이나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을 제기하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종편 사업권은 특정 언론사나 대기업이 가져가는 모양새가 되지 않게 여러 분야의 개인이나 기업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종편 사업을 추진 중인 언론사나 대기업의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종편 · 보도전문채널,3개까지 늘린다

최 위원장은 "3개 사업자가 유효경쟁체제의 틀 안에서 경쟁을 벌이는 통신시장처럼 지상파나 종편,보도채널도 3개가 돼야 바람직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종편 채널은 처음 도입되는 것인 만큼 1~2개에서 시작해 단계적으로 3개까지 늘려가고 이미 YTN과 MBN이라는 채널이 있는 보도채널 사업자는 1개 정도 더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제4 지상파방송 허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오는 2013년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2개 정도의 지상파방송사를 허가할 수 있는 주파수 여유가 생기지만 지금 시점에서 1~2개를 더 허가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상파방송을 포함한 디지털 이후의 미디어 구도가 어떻게 가는 게 바람직한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계획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