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재투표.대리투표 논란이 과열될 조짐이다.

여야는 24일 상호 공세 수위를 높이는 동시에 상대 당 및 의원에 대한 고소.고발을 이어갈 움직임이다.

민주당은 전날 재투표 논란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효력이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 표결시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에서 대리투표, 이른바 `역투표'한 사례를 속속 공개, 이들 민주당 의원을 고소.고발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재투표.대리투표 문제를 집중 부각, `미디어법 원천무효' 투쟁을 선언했고, 한나라당은 "적반하장의 극치"라며 적극 대응할 태세여서 미디어법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다.

또한 재투표.대리투표와 관련한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에서 그 논란은 이전투구식 정치공방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투표 논란 = 당시 사회를 본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투표를 종료합니다"는 선언한 이후 재투표가 실시된 점을 놓고 여야간 법리 논쟁이 한창이다.

국회법 92조의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중에 다시 발의 또는 제출하지 못한다'는 일사부재의(一事不再議) 원칙의 적용 여부를 놓고 여야간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
민주당은 "1차 표결결과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이상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된다"며 "이 원칙을 위반해 진행된 의결은 무효로, 의결된 법안 역시 효력이 없다"는 주장했다.

민주당이 전날 헌법재판소에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 것도 이를 근거로 한 것이다.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법은 재개정을 요구할 대상이 아니라 이번에 통과된 것 자체가 무효"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일사부재의 원칙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당시 방송법 개정안은 부결이 된 게 아니라 불성립이 된 것"이라며 "즉 `일사'(一事) 자체가 안된 것이므로 미료 안건이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일사부재의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율사 출신인 이범래 의원은 "이번 건은 부결이니 가결이니의 문제가 아니라 투표 자체가 성립이 안된 것"이라며 "국회법상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상법상 부존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 여부가 주목된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입법부의 행위에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리투표 논란 = 한 의원이 다른 의원의 자리에서 투표행위를 했다는 대리투표 논란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국회법상 대리투표 관련 규정은 없지만 어떤 경우든 대리투표는 용납되지 않는 `불법'에 해당한다는 게 여야의 공통된 인식이다.

특정 의원의 위임에 의해 대리투표가 이뤄질 경우 `불법'은 아니더라도 의원 품위유지 등을 위반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고, 그러한 의사표시 역시 무효라는 데는 여야간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 의원들이 한나라당 의석에서 역투표를 했다'고, 민주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동료 한나라당 의원 자리에서 찬성투표를 했다'고 각각 주장하며 날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민주당의 `역(逆) 대리투표'에 대해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도 뒤를 이을 전망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야당이 여당 의석을 돌아다니며 투표 단말기의 취소 버튼을 누른다든지 여당 의원의 투표 행위를 광범위하게 방해한 의혹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례수집을 지시했다.

장 사무총장은 "민주당 추미애 박지원 서갑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역대리투표를 했다"며 "심지어 민주당 장세환 의원은 자기가 역 대리투표를 했다고 고백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당시 투표를 대신 해달라고 언급했다는 음성녹음과 관련, "의장단은 의사진행에 전념하기 위해 국회 직원에게 대신 표결을 해달라는 지시를 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신지호 원내부대표는 언론노조가 자신의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동영상을 오늘중 공개하라"고 촉구한 뒤 "사실이라면 법적 책임 뿐아니라 정치적.도의적 책임 모두를 지겠지만 사실이 아니라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우 의원도 자신의 대리투표 의혹 동영상과 관련,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며 이범래 의원 역시 자신의 투표 단말기에서 반대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동영상 등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리투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전병헌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한나라당 의원들이) 투표권한이 아닌 곳을 돌면서 투표했다는 동영상 증거가 나오고 있다"며 "한사람이 5∼6표를 행사한 것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투표를 방해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당 의원들이 대리투표를 했다면 전광판에 반대가 표시돼야 하는데 반대는 한표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종률 의원은 "방송법 표결처리 자체가 절차적으로 중대한 흠이 있음을 입증하기 위해 대리투표 의혹과 관련한 증거자료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앞으로 대리투표를 입증할 채증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민노당 등 다른 야당 및 시민단체와 공조해 미디어법 무효화를 촉구하는 장외투쟁을 전개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노재현 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