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개발사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아파트 분양가를 낮추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선 공약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1년6개월의 산고 끝에 택지개발 경쟁 체제 도입 방안이 마련됐지만 민간 건설사를 직접 경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택지개발 공동 시행자로 참여시키는 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만큼의 분양가 인하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토해양부는 20일 공공택지 개발 시 민간 건설사가 공동 시행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택지개발촉진법 개정안을 마련,21일자로 입법예고했다.

택지개발사업은 그동안 국가,지자체,주공,토공 등 공공이 시행하고 민간의 참여는 제한돼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주택건설 사업자가 이들 공공기관과 함께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택지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주기로 했다.

문제는 경쟁의 강도가 예전 계획에 비해 훨씬 느슨해 졌다는 점이다. 당초 택지개발 경쟁 체제 도입은 '공공기관 간 경쟁→컨소시엄(공공+민간) 간 경쟁(2010~2011년)→완전 자유 경쟁(2012년 이후)'이란 로드맵으로 짜여졌다.

그러나 주 · 토공 통합이 급물살을 타면서 오는 10월1일 통합 법인 출범을 앞두게 되자 공공기관 간 경쟁과 컨소시엄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지자체의 각종 공사들이 주 · 토공 통합 법인과 직접 경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따라 주 · 토공 통합 법인과 민간 사업자의 '공동 시행'이란 타협책이 나오게 됐다.

민간 공동 시행자 선정을 주 · 토공 통합 법인이 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도시계획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아무래도 주 · 토공의 '입맛'에 맞는 조성원가를 써낸 업체가 '당첨'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 · 토공도 공동시행 당사자이기 때문에 최저 조성원가를 써낸 업체보다는 적정 조성원가를 제시한 업체가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택지개발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고 조성원가 산정 기준 등을 개선해 '택지비 20% 인하→분양가 10%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해 왔다.

그러나 2011년까지 공공 · 민간 공동 시행만 실시해서는 2012년 이후 '완전 경쟁' 환경을 도입해도 그 취지를 살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택지개발사업의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민간 건설사들로선 '공공 · 민간 컨소시엄 경쟁'을 통해 몸을 풀 겨를도 없이 갑작스레 주 · 토공 통합법인과 경쟁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3월 연구 용역 결과에서 택지개발 경쟁 체제 도입으로 주택 분양가가 4~15% 인하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언제 이런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민간 공동시행자에 참여 지분 범위 안에서 택지에 직접 주택건설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입법예고에서 민간 사업자가 과도한 개발이익을 가져가지 못 하도록 개발이익 상한선을 설정,특혜 시비를 차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