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의 추신수가 올해 맹활약을 펼치는 비결은 뭘까. 정답은 긴 야구 배트다. 그가 쓰는 배트의 길이는 34.5인치로 보통 야구선수들이 쓰는 33~33.5인치보다 무려 1~1.5인치 길다.

이는 배트의 원심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다. 배트 길이가 길면 비거리가 늘어나지만 정확도에서는 손해를 본다. 타격 정확성이 뛰어난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에 비해 열악한 체격 조건을 보완하기 위해 맞춤형 야구방망이를 들었고 현재 팀내 타율 3위,홈런 2위,타점 2위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타자들은 마음에 들면 아무 방망이나 휘두를 수 있는 것일까.

야구 방망이 규격은 정해져 있다. 한국 미국 등 대부분의 야구 규정에 따르면 배트는 겉면이 고른 둥근 나무로 만들어야 하며 가장 굵은 부분의 지름은 7.3㎝(3.75인치),길이는 106.8㎝(42인치) 이하여야 하고 하나의 목재로 만들어야 한다. 무게에 대한 제한이 없고 길이의 선택 폭도 큰 편이지만 목재는 하나만 써야 한다. 이는 1970년대 초반 일본 프로야구 선수들이 썼던 압축 배트를 금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일본 선수들은 압축 배트를 사용해 많은 홈런을 기록했다. 보통 대나무를 얇게 잘라 접착제로 붙여 만든 압축 배트는 반발력이 높아져 같은 힘으로 공을 쳐도 훨씬 멀리 보낼 수 있다.

야구방망이 무게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은 선수들의 개인차를 고려하기 위해서다. 선수들은 배트로 자신의 단점을 보완한다.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면 공을 멀리 보낼 수 있고 가벼운 배트는 스윙 속도와 투수가 던진 공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무거운 배트는 빨리 휘두르기 힘들고 가벼운 배트는 공을 멀리 보낼 수 없다. 홈런왕이 되기 위해서는 무거운 배트로 공을 제대로 맞힐 수 있는 근력이 필요하다. 홈런을 잘 치는 선수들의 덩치가 대체로 큰 이유다.

국내에서 가장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 선수는 최희섭(KIA)이다. 키 196㎝,몸무게 105㎏으로 용병보다 체격이 큰 그는 작년에는 920g의 배트를 들었고 메이저리그 시절에는 1㎏짜리를 사용하기도 했다. 올해는 배트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880g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브룸바(현대) 등 용병 선수들은 보통 900g짜리 배트를 휘두른다. 올 시즌 장타율 3위,타점 4위,홈런 5위 등 '타격머신'으로 거듭나고 있는 김현수(두산)는 배트 무게를 880g에서 910g으로 바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반면 이종범 등 '보통' 체격의 선수들은 850g짜리를 선호한다.

시기와 날씨에 따라서도 배트의 무게는 달라진다. 프로야구가 개막하는 4월에는 타자들이 전지훈련 등으로 힘이 넘쳐 평소보다 무거운 배트를 사용한다.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는 10g 정도 무게를 줄이고 시즌 막바지인 9월에 다다르면 체력이 떨어져 여름보다 10g 더 가벼운 배트를 이용한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