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원유값이 배럴당 60달러 전후에서 강보합세를 유지하자 중동 국가들이 미뤄뒀던 플랜트 발전소 등 공사를 발주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잇단 해외 수주 낭보를 전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GS건설,현대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가스회사가 발주한 가스 플랜트 공사를 39억달러(약 4조9600억원)에 수주했다. SK건설도 말레이시아 메라포사와 70억달러 규모의 '메라포 정유공장 신설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계약을 이날 체결,최종 수주계약에 한발 다가섰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대림산업,SK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8억4000만달러의 정유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달 22일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에서 5억5300만달러 규모의 초대형 지하철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하는 개가를 올렸다. 이처럼 해외 수주가 6월을 고비로 잇따르면서 16일 현재까지 해외건설협회가 공식 집계한 올해 해외 수주 실적은 134억달러에 달했다. 상반기까지는 총 131억달러로 집계됐다.

해외건설협회는 이에 대해 "작년 상반기의 해외 수주액이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많아진 250억달러를 기록하는 바람에 131억달러가 적어 보이는 것 같지만 반기 실적으로는 아주 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희망적인 것은 하반기에 시장이 호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란 점이다. 원유가격 상승세와 자재가격 안정세에 힘입어 그동안 보류됐던 주요국 발주처의 대형 공사 입찰이 속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이 유가를 배럴당 50달러를 기준으로 재정계획을 세웠는데 현재 원유값이 60달러 선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발주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만 300억달러가량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으로는 당초 목표인 400억달러 수주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는 "중동 국가들이 앞으로 2~3년 시장 상황을 예측해가며 정유설비 등 플랜트 확충에 나서야 하는데 더이상은 이를 미루는 데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재를 비롯한 건설 기초자재와 마감자재,플랜트 설비자재 가격도 최근 1년 새 평균 40% 이상 하락해 가격 하락이 멈출 것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발주처들이 입찰을 재개하려는 분위기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