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강남 이어 강남권도 매수세 위축 양상
중개업소들 "단기 급등 영향 크다"

정부가 지난 7일부터 서울 및 수도권 비투기지역의 주택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춘 지 1주일이 지난 가운데 인기지역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대출 규제가 강화된 목동, 분당, 용인 등 `버블세븐' 지역은 물론, 강동구 재건축 단지와 동북권 르네상스 개발권에서도 매수 문의가 감소하며 거래가 줄었다.

원래 투기지역에 속해 대출비율이 40%로 제한됐던 강남권도 호가 상승세가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는 대출 규제 강화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 단기 상승세에 대한 부담과 계절적 비수기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4일 강동구의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 연한 완화 추진 등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던 강동구 고덕, 둔촌 재건축 단지의 경우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

실로암공인 양원규 대표는 "지난달 말까지 재건축 투자문의가 하루에 10통 이상 걸려왔는데 지금은 2-3통으로 줄었다"며 "이번 규제가 강도가 센 것은 아니지만 투기가 재현될 경우 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가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것이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고덕 주공2단지 60㎡는 지난달 호가가 최고 8억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7억5천만-7억6천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둔촌 주공 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S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너무 오른 데 대한 부담감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규제가 예상되면서 이달 초부터 호가도 오름세를 멈췄다"고 말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도 가격은 큰 변동이 없지만, 매수세는 많이 사라졌다.

신시가지 7단지 89㎡는 지난달 7억500만원에 거래된 후 호가가 7억2천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거래가 줄자 다시 7억원 안팎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같은 주택형(89㎡)이지만 신시가지 2-3단지는 6억7천만-6억9천만원, 13-14단지는 6억2천만-6억3천만원선으로 단지별 가격 편차도 큰 상황이다.

백두산공인 박응희 대표는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대출을 60%까지 다 받는 사람은 많지 않아서 이번 대출규제 강화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카드를 꺼내자 매수자들은 상투를 잡을 것을 우려하고, 집주인들은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흥정이 잘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지난달 초 서울시의 동북권 르네상스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후 급매물이 모두 소진되며 호가가 3천만-4천만원씩 뛰었다가 대출규제책이 발표된 이후 상승세가 멈췄다.

88공인 김경숙 대표는 "가격이 너무 올라 매도-매수자 간의 호가 격차가 10% 정도 벌어진 상황"이라며 "여름 비수기가 겹쳐 당분간 거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기지역으로 대출이 40%로 제한되는 강남권도 이달 들어 전반적으로 호가 상승세는 멈췄다.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36㎡의 경우 6월 중순 7억원까지 거래된 것이 최근 6억9천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 43㎡도 지난달 최고 8억2천만원에 팔렸으나 현재 8억1천5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50㎡는 지난달 최고 거래가보다 1천만원 낮은 10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남도공인 이창훈 대표는 "강남은 이번 대출 규제와 무관하지만, 단기 가격 상승에 대한 거부감으로 매수자들이 관망하고 있다"며 "거래가 계속 안 되면 호가도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면서 지난달의 최고가보다 싼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112㎡는 지난달 중순께 13억원에 팔렸으나 현재 거래가는 12억8천만원으로 소폭 내렸다.

송파공인 최명섭 대표는 "6월 하순까지도 1주일에 5-6가구가 거래됐는데 지금은 거래량이 1-2가구 정도로 줄었다"며 "최근 1주일 동안은 매수자들이 한발 물러서며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안정세가 언제까지 지속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출 규제 강도가 세지 않고, 하반기 들어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구입 쪽으로 주택 수요가 몰릴 수 있는 것도 불안 요인 중 하나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지금의 시장은 정부 규제가 어느 정도까지 나올지 지켜보며 서로 탐색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집값이 완전하게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