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1950년 경상북도 선산에서 태어났다. 내년에 그룹 창립 10주년과 그의 '환갑'이 겹친다.

그는 쌍용그룹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재에 밝고 숫자에 대한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로 재무 자금 기획 등 '숫자'와 관련된 일을 했다. 엘리트 코스를 밟지는 않았다. 동대문상고와 명지대 경영학과로 채워진 학력이 크게 눈에 띄진 못했다. 한때 '전산실장'이라는 한직으로도 밀려났다. 그러나 이때 닦은 컴퓨터 실력은 STX그룹을 일군 뒤 빛을 발했다. 어느 그룹보다 일찍 전산 통합에 나섰고 이런 노력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는 '일 중독'에 가깝다. 별다른 취미 생활도 하지 않는다. 30년 가까운 샐러리맨 경험 덕에 바닥에서 벌어지는 일을 너무 잘 안다. 게다가 업무 스타일은 속전속결이다. 궁금한 일이 생길 때마다 임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건다. 대부분 비서를 거치지도 않는다. 그리고 해답을 얻을 때까지 파고든다. STX그룹 임원들은 그래서 24시간 긴장 모드다.

주변 사람들은 강 회장을 '물욕'보다 '명예욕'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몇 푼 더 버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한 STX그룹 고위 관계자의 농담 한마디."돈에 대한 욕심이 많은 회장은 모시기가 오히려 편하다. 실적만 올리면 만사 오케이다. 하지만 강 회장처럼 명예를 중시하면 고달프다. 기업을 키워 나라에 공헌하겠다는 포부를 어떻게 100% 만족시킬 수 있겠나. "

강 회장의 이런 성향은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신념과도 맥이 통한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식들을 경영 일선에 내세울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직원 중에 능력 있는 사람을 뽑아 그룹을 이끌어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 " '10년차 오너' 강 회장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