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실물경기 악화로 수주산업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이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재개를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으로부터 26억달러(한화 3조3000억원) 규모의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신 · 증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5일 발표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프로젝트는 지중해 연안 스키다 지역에 원유 정제설비(CDU),석유화학 플랜트 등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는 작업을 담고 있다. 총 공사기간은 36개월이다. 정유플랜트 증설 작업을 완료하면 스키다 정유 플랜트의 원유 정제능력은 하루 30만 배럴에서 33만 배럴로 확대된다. 벤젠 등 고부가가치 유화 제품을 연간 110만t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공장도 새로 들어선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 조달 · 시공 · 시운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일괄 수주하는 '턴키 방식'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자재 구매 및 공사비는 실비정산 방식으로 계약했다. 각종 기자재 공급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국내 협력업체들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20여건의 플랜트를 건설하면서 단 한번도 납기 지연 없이 프로젝트를 완료한 점과 대형 프로젝트 수행 능력 등을 인정받아 유럽의 선진 엔지니어링 회사들을 제치고 최종 수주업체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정연주 사장은 "알제리 국영 석유회사인 소나트랙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아프리카 시장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알제리 외에도 이달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 등에서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 수주가 예정돼 있다.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로부터 초저황 정유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는 4억2000만달러 규모다. 최근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협상을 끝내고 세부 계약문구를 다듬고 있는 단계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6억5000만달러 규모의 주베일 공단 내 정유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서도 최저가 입찰자로 선정돼 조만간 계약을 맺기로 했다. 8억5000만달러 규모의 후속 공사 수주를 위한 협상도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로써 이달에만 알제리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 등에서 한 달 동안 총 47억달러(한화 6조1000억원)에 가까운 수주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연간 수주 목표액인 7조원에 근접한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발주가 멈췄던 플랜트 시장이 최근 서서히 재개되고 있다"며 "내년에도 중동을 중심으로 초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