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인육수색(人肉搜索)'이다. 불특정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통해 사회적 이슈가 된 인물이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공개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인육수색을 모아놓은 사이트(www.ren-rou.cn)까지 있다.

후베이성 이청시의 저우선펑 시장은 요즘 '인민재판'을 받고 있다. 무대는 인터넷.인육수색에 나선 네티즌들의 공격이 밤낮없이 이어진다. 29세의 젊은 나이로 시장에 발탁됐다는 게 그가 '피고'가 된 이유다. 네티즌들은 부모의 든든한 배경이 있었을 것이라며 그의 부친 직업에 대한 수색작업을 했지만 가난한 도자기공임이 밝혀지자 다시 칭화대 석사시절 논문표절 논란을 제기했다. 최근엔 한 공무원이 그를 위해 우산을 들고 있는 사진과 자기 손으로 우산을 든 원자바오 총리 사진이 QQ닷컴에 나란히 올라왔다. 청두에 사는 네티즌 원빈은 "공무원의 나쁜 습관을 아주 빨리 배웠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마녀사냥'으로도 불리는 인육수색의 파워는 대단하다. 2006년 초 한 여성이 하이힐로 고양이를 짓밟는 동영상이 오르면서 화가 난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은 게 인육수색의 시초로 통한다. 헤이룽장성 몽베이현에 사는 이혼한 중년 간호사라는 사실이 순식간에 밝혀졌고 그녀는 결국 병원을 떠나야 했다.

2년 전 자살한 아내가 블로그에 남긴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글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인육수색망에 걸린 왕페이는 살해위협까지 받고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인육수색은 부패라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치유하는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난징시의 부동산국장 저우주겅은 "원가보다 싸게 부동산을 분양하는 업체는 조사해 처벌하겠다"는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인육수색의 희생자가 됐다. 그가 회의에 참석한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사흘 만에 7만명의 네티즌이 달려들어 왼손에 찬 시계가 10만위안짜리 '바셰론 콘스탄틴' 명품시계라는 것을 밝혀냈다. 고급 캐딜락을 몰고 그의 친척이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것도 확인됐으며 결국 그는 해임됐다.

미국 LA타임스는 "중국 네티즌의 정보수집 능력은 FBI(미 연방수사국)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며 "이는 일종의 반(反)부패 운동으로서 사회 발전의 긍정적인 작용을 하지만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도 불러일으킨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상의 정보를 삭제해주는 신종 서비스가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중국 언론 보도는 인육수색의 그늘을 보여준다.

인터넷이 만든 해방구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중국의 네티즌들은 문화혁명 때 거리의 폭력을 행사했던 홍위병이 될지,송나라 시절 부패관리를 엄벌한 포청천이 될지 기로에 서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