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일로 일본 소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Walkman)'이 탄생 30주년을 맞는다. '음악을 갖고 다니며 듣는다'는 개념을 창출한 혁신적 제품인 워크맨의 서른 번째 생일이지만 소니는 축하 파티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iPod)' 등에 밀려 워크맨의 존재가 미미해진 데다 회사 전체적으로도 14년 만에 사상 최대 적자를 내는 등 위기에 처한 탓이다. 소니는 파티 대신 워크맨 성공신화를 이을 히트상품 개발팀을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워크맨은 30년 전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자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당시 모리타 회장은 직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면서 음악을 듣기 위해 007 가방만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 휴대하기 편리한 카세트 플레이어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시 기자들이 주로 쓰던 휴대용 녹음기에 재생 기능을 추가해 무게 390g짜리 손바닥만한 워크맨 1호 'TPS-L2'를 만들었다.

워크맨은 음악 시장에 혁명을 일으켰다. '음악은 실내에서 듣는 것'이란 상식이 깨지고,길거리를 활보하며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워크맨은 젊은이들의 야외활동 시간을 늘리는 등 라이프 스타일까지 바꿔놓았다. 5년간 세계 판매가 1000만대를 돌파했고,'워크맨'이란 엉터리 영어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난 3월 말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3억8500만대에 달한다. 워크맨은 1950년대 트랜지스터 라디오,1960년대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TV에 이은 소니의 대히트 상품이었다.

그러나 MP3 시대를 맞으면서 워크맨의 영광도 퇴색했다. 특히 2001년 미국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자 워크맨은 휴대용 음악재생기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소니 워크맨 브랜드의 MP3 세계 시장점유율은 7%에 불과했다. 소니의 워크맨 브랜드(오디오 부문) 매출은 작년 4539억엔(약 5조9000억원)으로 10년 전인 1999년의 9340억엔에서 반토막이 났다.

소니는 '제2의 워크맨'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현재 통신과 가전 엔터테인먼트를 융합한 신상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은 신형 휴대용 게임기와 휴대폰의 기능을 합친 제품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중 프로젝트팀을 발족할 예정이다. 이 신상품을 통해 '아이폰'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애플을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