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는 '녹색성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상대로 이 테마를 주창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주도권을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 '녹색성장'의 중심에는 신재생에너지가 있고,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 · 에너지 · 환경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특히 태양광은 풍력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의 꽃이라는 데 이견이 없고,태양광 분야가 반도체산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범적인 산업으로 정착될 것으로도 예상돼 왔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는 달리 셀(전지)의 공급과잉 문제가 불거지더니 결국 정부가 발전차액의 지원규모에 연도별 한계를 정하자,이것이 발단이 돼 정부와 사업자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태양광발전 사업이 과열을 빚으면서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다. 정부는 국민의 세금인 예산을 태양광에만 집중 지원할 수 없어 상한을 정했다는 입장이고,발전 사업자들은 정부의 육성정책에 따라 시간과 돈 인력을 투입해 준비한 사업을 상당수 포기해야 할 처지라는 것이다.

정부와 사업자의 주장 모두 저마다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다면 정부의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구체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고,발전 사업자는 사업실패로 이어질 소지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정부와 사업자 모두에게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첫째,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발전에 대한 정부의 정확한 시나리오가 부실했다. 태양광발전 지원사업과 같이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정부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것일수록 충분히 예측가능한 정책이 전제됐어야 하고,특히 신재생에너지 사업 같은 새로운 정책은 더욱 보수적인 접근,나아가 예기치 못한 변수(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를 염두에 둬야 했다.

둘째,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특성상 정부지원이 필수적이지만 보조금에 크게 의존해서는 반드시 한계에 부딪친다는 점을 간과했다. 신재생에너지도 엄연히 시장경제원리가 적용돼야 하는 분야이고 보면,다른 에너지원보다 월등히 비싼 태양광 지원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지원 문제가 신재생에너지,나아가 녹색성장 정책 추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일이다. 친환경 에너지라면 요금을 더 지불하더라도 기꺼이 사용하겠다고 하는,국민인식을 고양시키기 위해서도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개선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첫째,현재의 발전차액과 같은 보조금 위주의 지원정책을 대폭 수정하되,기존 태양광발전 사업에 대해서는 ㎾당 지원액을 줄이고 규모는 확대함으로써 사업자들의 예상수입은 줄더라도 사업 자체가 중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예산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하며,태양광 발전의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새로운 공공건물에 한정된 신재생에너지 적용의무를 학교를 포함한 기존 공공건물에도 점진적으로 도입되도록 한다.

셋째,태양광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국내산업 발전과 국내기업 보호를 위해 국산제품의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비록 후발 주자일지라도 국내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번 태양광발전 문제로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녹색성장'전략이 위축되거나 지연돼서는 안된다. 사업자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면 바람직한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박영필 <연세대 교수ㆍ기계공학,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