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은 22일 올해 세계 경제가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악의 지표를 보이겠으나 약하지만 회복 국면에 들어가 내년에는 개발도상국의 발빠른 회복세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글로벌 경제위기를 촉발한 금융 부문에서 `그린 슛(green shoot.새싹)'이 돋아나는 등 희망의 단서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소비.투자의 회복과 국제협력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경제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성장률 전망치 또 하향..대공황 이래 최대 침체
WB는 이날 서울에서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WB는 작년 12월 세계 경제성장률을 0.9%로 예측했다가 지난 3월 -1.75%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저스틴 린 WB 부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맞이했다"며 "금융 쪽에서 희망의 단서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해 기초를 다지고 소비와 투자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WB는 금융위기로 인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가 크게 줄어든 것을 대표적 사례로 제시했다.

개도국에 유입된 순민간자본액은 2007년 1조2천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작년 7천700억 달러로 급감하더니 올해는 절반 수준인 3천630억 달러로 하락했다는 것.
이에 따라 개도국의 성장률은 2007년 8.1%, 2008년 5.9%의 고성장을 끝내고 올해에는 1.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재정 확장정책을 공격적으로 펴고 있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할 경우 -1.6%로 예상했다.

산업생산량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스 티머 WB 경제전망 담당은 "세계경제는 작년 9월 이후 6개월 간 산업생산량의 50% 가량을 잃었다"며 "이는 작년 9월 이전 4년 간 늘었단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또 "2차 대전 이후 활용되지 않는 설비 용량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세계 경제가 플러스로 돌아선다고 해도 대부분 국가에서 실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성장률 2%..개발도상국이 주도
만수르 다일라미 WB 경제전망 담당은 향후 세계경기와 관련, "약하지만 세계경제의 회복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WB도 내년 경제성장률이 2%로 플러스 전환한 뒤 2011년에는 3.2%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중 개도국의 경우 2010년 4.4%, 2011년 5.7% 등 다시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세계 경제의 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 지역인 동아시아의 경우 올해만 해도 5% 성장률이 점쳐지고, 중국은 7.2%로 예상될 정도다.

한국 역시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는 린 부총재의 말처럼 내년 2%, 2011년 4~5%의 성장세가 예상됐다.

그는 "개도국이 국제신용 흐름의 재개를 포함해 국제적 원조의 도움으로 투자가 회복된다고 가정할 경우 세계 경제회복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개도국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WB는 세계경제가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킬 경우에만 지속가능하고도 완전한 회복 국면에 돌아설 수 있다고 신중론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프로그램과 금융개혁 조치 지속 ▲개도국의 민간투자 회복 ▲주요 20개국인 G20을 비롯한 국제협력 등을 꼽았다.

린 부총재는 출구전략을 묻는 질문에 "현재 제일 중요한 고려사항은 금융규제 강화와 재정부양책을 쓰는 일로서, 그렇지 않다면 둔화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언급, 당분간 출구전략보다는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에 비중을 둘 시점이라고 말했다.

개도국에 대한 민간투자의 회복도 필수 요건으로 지적됐다.

한스 티머 경제전망 담당은 "2010년 세계 경제성장의 60%는 개도국에서 비롯될 것"이라며 "세계경제가 회복되려면 개도국에 대한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는 점을 고소득국가가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심재훈 기자 jbryoo@yna.co.kr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