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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문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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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래동(文來洞)은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동네다. 영등포역을 지나 신도림동으로 가는 길목,여의도와 목동의 중간 지점이다. 조선시대엔 갈대 무성하던 늪지대로 경기도 금천현 상북면 도야미리(道也味里)에 속했고,일제 강점기 초엔 시흥군 북면 도림리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방직공장이 생기면서 인구가 늘자 1936년 경성부에 편입됐고,이후 유실동(실 있는 동네) 사옥정(실 뽑는 마을) 등으로 불리다 46년 영등포구 사옥동이 됐고 52년 문래동으로 바뀌었다. 문래동의 유래는 많지만 '문익점의 목화 전래'에서 따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결혼 뒤 전셋집을 전전한 끝에 처음 내집을 마련한 동네였다. 딴엔 썩 괜찮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어디 사느냐고 물어 "문래동이요" 하면 십중팔구 "네에~"하거나 "영등포요" 하곤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찌나 민망하고 속이 상했던지.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촌으로 변했지만 당시만 해도 주변 환경 탓에 문을 닫아 놔도 먼지가 쌓이고,밤이면 커튼을 쳐도 공장의 불빛이 새어 들어왔다. 근처 한국타이어 공장에선 간혹 냄새도 났다. 얼마 살지 못하고 이사했지만 그래도 첫집에 대한 기억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그 문래동이 동네 이름을 살려 '이야기가 있는 목화마을'로 거듭난다는 소식이다. 영등포구가 문래동 주민들과 함께 마을 곳곳에 목화꽃 군락지를 조성하는 한편 집집마다 목화 화분을 가꾸도록 하고 주민센터엔 '면화 의복사 교육장'을 설치하는 등 특화된 마을로 꾸민다는 것이다.

    살기 좋은 도시,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려면 재개발이 아닌 재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조건 헐고 다시 짓기보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가 돋보이도록 특성을 살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 이런 점에 주목하는 곳이 늘어나거니와 서울 성북동의 한옥마을 조성도 그렇다.

    먼지 날리고 시끄러운 방직공장 동네가 아닌 따뜻하고 정겨운 목화 마을을 만들어내려는 영등포구와 문래동의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변화하는 지역의 모습에 맞춰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싶다. 동네의 가치와 이미지가 집값이 아닌 마을의 특성과 역사 · 문화로 매겨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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