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산(産) 슈퍼노트'를 빌미로 북한에 대해 강력한 '돈줄 차단'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슈퍼노트란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통칭하는 말로 미 100달러화와 똑같은 소재 및 인쇄 방식으로 제작돼 수십억원씩 하는 위조지폐 감식기로도 식별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2005년에 이어 또다시 슈퍼노트 조사를 시작함으로써 '제2의 BDA(방코델타아시아)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시 미국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BDA 은행 자산을 동결하는 방식으로 북한 정권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북핵 문제와 관련한 대북제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 중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과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 · 금융정보 담당 차관 등 미 정부 합동대표단은 4일 국내 정부 고위 인사들과 연쇄 회동한 자리에서 북한이 제작 · 유통한 '슈퍼노트' 문제에 대해 미국 국내 법을 적용해 대북 제재에 나설 계획임을 밝혔다. 이들은 또 중국 등 다른 나라와도 국제 공조를 통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뜻임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05년 당시 BDA은행 자산이 동결되면서 한동안 세계 모든 금융기관과 정상적인 자금거래를 못해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 당시 BDA 사태를 주도했던 인물이 이날 방한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이다. 그는 당시 BDA자산 동결과 함께 북한과 주로 거래하는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은행들에 대북 거래의 위험성을 통보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톨이'로 만드는 전략을 구사했었다.

한편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100만달러에 달하는 슈퍼노트를 환전하려던 일당이 적발됐다. 부산경찰청은 미국과 공조를 통해 밀반입한 일당들로부터 '슈퍼노트'의 유통 경로와 북한과의 관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장성호/부산=김태현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