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금줄 차단 '효과 입증'

북한의 제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방안으로 미국 정부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진 '금융제재'는 큰 파장을 가진 카드다.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제재결의의 경우 국제사회의 미묘한 신경전을 감안할 때 실효성있는 제재내용을 담기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제한적인 내용의 대북 제재 내용이 담기더라도 극도로 폐쇄적인 국가시스템을 갖고 있는 북한에 직접적인 타격을 안기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금융제재의 파괴력이 주목된다.

금융제재의 파괴력은 이미 'BDA(방코델타아시아) 사태'를 통해 입증됐으며 실제로 미국이 금융제재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한 즉시 북핵 외교가는 BDA를 떠올리고 있다.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가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으로 잠정 지정한 뒤 북한은 말할 수 없는 수모와 고통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형적으로는 불법거래 의혹을 받은 북한자금 2천500만달러가 동결된 사건이지만 미 재무부의 이 조치 이후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 정상적인 자금거래를 한동안 하지 못했다.

미 재무부가 당시 고시한 내용은 사실 간단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에 BDA가 북한에 의한 위조지폐 제작이나 유통 등 불법행위와 돈세탁에 이용된 혐의가 있으니 거래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권고였던 것이다.

하지만 세계 최강 미 재무부의 발표는 BDA의 신용을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마카오의 금융질서도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미 재무부 조치 이후 2006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 30개 가량의 금융기관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축소하거나 단절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파괴력"이라며 놀랐다는 후문이다.

특히 BDA 자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금고'가 조사대상에 오르면서 북한이 결정적으로 고통을 겪었다는게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북한은 잘 알려진대로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 강행으로 이 조치에 극력 반발했다.

결국 임기말에 몰린 부시 행정부가 6자회담의 정상화를 위해 2007년 6월 BDA 북한자금을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은행을 경유해 돌려주는 것으로 BDA 사태는 봉합됐지만 BDA의 파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정부 소식통은 28일 "BDA 제재 효과는 미국이 과거 몇년간 추진해왔던 그 어떤 제재보다 효율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내 동향을 보면 미 재무부가 다시 북한의 국제금융시스템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제대책에 포함시킬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25일(미 현지시간) 북핵실험 후 첫 공식 브리핑에서 "우리는 모든 옵션들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 추가 금융제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돼 있지만 이 마저도 차단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미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은 27일 워싱턴 소재 연구소에서 열린 북핵관련 토론회에서 "BDA에 대한 제재는 아직 안 끝났으며 단지 마카오의 BDA에 있던 북한 돈만 인출시켜 준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런 방안들을 사용할 수 있고, (북한이 이용하는 은행을) 국제금융시스템 위반으로 선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BDA제재를 이끌었던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유임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가 기회의 창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 방안은 전문가들이 다시 적용할 수 있는 분명한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실제 대북 금융제재를 다시 실시할 가능성과 이후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제재 카드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면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의 내달초 방미를 통해 미국 정부내 움직임을 파악하는 한편 효율적인 제재방안 마련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