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6년 동안 전 세계에서 초고층 빌딩 건설 발주액이 5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버즈두바이를 비롯해 세계적인 초고층 빌딩을 시공하고 있지만 아직 설계나 엔지니어링 기술이 턱없이 부족한 만큼 국내 수요를 기반으로 첨단 건설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신성우 한양대 공대 교수)

"기술 확보를 위해 국내 초고층 빌딩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들이 반드시 정의 관계가 성립하는지는 모른다. 건설업계 실무자들은 향후 10년 이내에 10여개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이 경제성 측면에서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부 교수)

최근 국내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 건설계획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상암동의 서울라이트(640m,133층),용산 드림타워(665m,150층),잠실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555m,112층) 등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또 이미 기공식을 가진 송도 인천타워(613m,151층)와 부산 롯데월드(511m,117층) 이외에 현대차그룹의 뚝섬 서울숲 사옥(550m,110층),청라 시티타워(450m,110층),부산도시공사의 월드비즈니스센터(432m,108층) 건설계획 등도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5년 후 전국에 100층 이상 건물이 10개 가까이 지어지게 된다.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초고층 빌딩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제36회 한경-공학한림원 토론마당'은 국내에 불고 있는 초고층 빌딩 건설 열풍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초고층 건축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고밀도 토지자원의 효율적 이용 △국제적 도시로의 위상제고 △연관산업의 생산유발 및 고용증대 효과 △관련 분야의 연구개발(R&D)사업 활성화를 근거로 내세웠다. 신 교수는 "세계 건설시장에서 중국 건설사들의 추격이 거세다"며 "최근 정부가 초고층 건축을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했지만 설계에서부터 주변 환경조성에 이르는 토털 엔지니어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국가 성장동력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관리연구실장은 "환경과 교통문제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초고층 건축물 건설을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다"면서 "특히 120년 전에 지어진 에펠탑은 프랑스의 대문호인 모파상도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이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물로 한 해 500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찬성 측에서 제시한 생산 및 고용유발 효과 등은 아직까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반면에 과다한 공사비,열섬효과,교통체증 유발,안전 및 방재관련 문제,부동산 투기 등의 부정적인 효과는 대부분 사실로 확인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유럽의 수많은 도시가 초고층 빌딩이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규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부사장은 "최근 전국에서 너도나도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초고층 건축물은 철저한 수요조사와 사업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엘리베이터부터 타워크레인까지 모두 수입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운영기술과 실용화기술을 우리 것으로 만든다면 경쟁국과 차별화할 수 있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