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고 시끄럽다" 주민들 반발
은평뉴타운 주민들의 식성은 일반적인 한국인과 다른 걸까. 지난해 6월 입주한 은평뉴타운 1지구는 4514가구에 이르는 대단지이지만 삼겹살집(삼겹살 즉석구이 식당)이 한 곳도 없다. 소주방 등 술집도 찾아보기 힘들며 중국집은 단 두 곳뿐이다.
이유는 아파트 단지의 설계 구조에 있다. 은평뉴타운 1지구에는 독립된 상가건물이 없고 모든 상가가 아파트단지의 1층에 자리한 것.상가 바로 위층이 주거지로 쓰이다보니 시끄럽거나 냄새가 많이 나는 업종이 들어오면 해당 아파트 동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다.
지난달 은평뉴타운에서 고깃집 자리를 알아봤던 A씨는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이 '소음과 냄새가 심할 경우 퇴거조치도 감수하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해 장사할 생각을 접었다"면서 "600만원을 들여 환기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건 둘째치고 이래서야 불안해서 장사하겠나"라고 말했다. 10곳에 이르는 치킨 전문점과 위층 주민들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상가 위층 아파트 전체의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다" "냄새와 해충이 번식하는 온상"이라는 주민들의 반발에 상가주인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아 영업을 하고 있는데 왜 막으려 하나"고 맞서고 있다.
주민들의 생활공간과 상가의 영업공간이 겹치다보니 이를 둘러싼 갈등도 심하다. 가게 뒤편에 음료수 병을 쌓아뒀던 한 슈퍼마켓 주인은 최근 주민들 신고로 과태료 200만원을 구청에 냈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세탁소,슈퍼마켓 등을 돌며 옷이나 물건을 가게 밖으로 내놓지 말라고 으르고 달래는 게 주된 업무 중 하나"라며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지설계가 주민과 영업주 사이를 이간질시켜 놓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신규 입주단지임에도 몇 주일째 임대가 되지 않는 상가가 부지기수다. 들어와 장사를 할 수 있는 업종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임대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 요구에 맞추려면 은행이나 부동산 등 '깨끗한' 업종만 들어와야 하는데 이런 업종으로만 상가를 채우기는 불가능하지 않겠나"라면서 "이 같은 문제가 앞으로도 상권 활성화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