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로 안상수 의원,정책위 의장에 김성조 의원을 선출했다. 새로운 원내 지도체제 출범을 축하하기 앞서,한나라당의 쇄신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보다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 면모를 일신(一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맡았다는 점부터 우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한나라당은 국회의 170개 의석을 보유한 거대 여당임에도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확고한 리더십 부재와,친이(李)니 친박(朴)이니 하는 계파간 갈등속에서 국정운영 능력의 한계를 노출해온 것이다. 지난 4 · 29 재보선 패배도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의 결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이 내부 결속에서부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정부와 청와대 간의 관계에서도 주요 정책을 놓고 엇박자를 내면서 국정 혼선을 빚은 사례는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당정간 협의가 이뤄졌음에도 국회 처리에 실패한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법안을 비롯,정부가 경제살리기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한 금산분리 완화 법안이 지난달 말 임시국회에서 당내의 자중지란으로 반쪽만 처리됨으로써 결국 쓸모가 없게 된 어처구니없는 사태까지 벌어진 게 대표적이다.

여당이 이렇게 갈팡질팡해서야 국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고,당 · 정 · 청간 거듭된 정책 혼선은 국민생활 전반에 큰 불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국민과 기업들의 불안감과 정책 불신이 높아진다면 지금의 경제위기 극복도 갈수록 어려워지게 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더 이상 한나라당의 이런 실망스런 모습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우선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거듭난다는 각오와 쇄신이 필요하다. 지금 집권여당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고 과제 또한 산적해 있다. 당면한 위기극복을 위한 주요 정책,경제발전과 민생 관련 법안 처리에 보다 책임감있고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할 것이다. 당장 6월 국회에서 처리되어야 할 미디어법만 해도 민주당이 강경한 반대투쟁을 예고한 마당이고 보면 대야 협상력의 발휘 또한 절실하다. 그것이 국정 리더십을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信賴)를 얻는 길임을 거듭 명심해 집권여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