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바다쪽으로 한 뼘 더' 기자간담회
배우 박지영 "영화 통해 나도 성장"
"기면증은 불치병이지만 담담하게 얘기하고 싶었어요. 상가에서도 슬프다고 계속 울고 있지는 않잖아요. 다른 집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처럼 받아들였어요. 나한테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고통스럽잖아요."

2007년 '우아한 세계' 이후 2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배우 박지영은 독립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에서 기면증을 앓는 소녀의 엄마 연희 역을 맡았다.

8일 오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박지영은 "이 영화를 통해 나도 성장했다"며 "삶이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렇게 고통스러운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평소 '인간극장'이나 '닥터스' 같은 프로그램을 좋아했어요. 그들에게는 매일 일어나는 고통에 슬퍼하고 괴로워할 틈도 없이 그것이 어느 순간 생활이 돼 있더라고요. 슬픔이나 고통이 있더라도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이런 일을 겪나 그런 생각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영화는 기면증을 앓는 소녀 원우(김예리)와 일찍 남편을 잃은 연희 두 모녀의 성장담을 그리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재학 중 연출한 '산책'과 졸업 작품 '비밀과 거짓말'이 여러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으면서 주목받았던 최지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최 감독은 "성장 영화가 아니더라도 모든 인물이 변하게 돼 있고, 원우를 둘러싼 인물이 모두 성장한다고 생각한다"며 "내 자식이라 내 마음대로 하고 싶고 보호하고 싶었지만 그게 안된다는 것을 (연희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성장"이라고 말했다.

처음 독립 영화에 출연한 박지영은 "영화 보는 취향이 다양한데 인디 영화나 컬트영화 같은 것을 보면서 나는 저런 게 안 들어 오나 하던 때 들어온 영화"라며 "작은 영화인지 큰 영화인지는 배우한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지영 감독이 여자 감독이라는 것에 끌렸고 흥미로운 작업이었어요. 저에게 새로운 것을 주문하는 감독들과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