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는 금융업종 내에서 가장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삼성화재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0.3%에 그쳤고,연체율도 0.4%에 불과했다. 이 같은 안정성은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종목이라는 평가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8일부터 27일까지 14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는 등 4월 한 달간 133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회사는 올 3월 말로 끝난 지난 사업연도에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25.2% 늘어난 5967억원을 거뒀다고 공시하는 등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실적 안정세도 탄탄하다. 비상위험준비금 등을 포함한 수정순이익은 6150억원가량을 나타냈다. 2위권 손해보험사들의 실적이 대부분 꺾인 상황이라 눈길을 끄는 성적이다. 현대해상은 순이익이 32.9% 줄었고,동부화재와 LIG손해보험도 각각 14.8%,6.9% 감소했다.

증권업계에선 자산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굴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 대부분의 손보사들이 위험도가 높은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열을 올린 반면 삼성화재는 이 같은 상품에 노출된 부분이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많은 손보사들을 괴롭히고 있는 선수금환급보증(RG) 보험이 한 건도 없어 부담이 덜하다는 평가다.

지금의 위기상황이 오히려 삼성화재엔 기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1990년대 후반처럼 불경기가 업계 1위인 삼성화재엔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다만 시장점유율만 높이는 것은 수익성 차원에서 의미가 없다"고 진단했다. 장 연구위원은 "약세장이 도래하면 하락장에서 방어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장기적으로 중국 인도 등 해외로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4~6월)에도 실적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LIG투자증권은 1분기에 작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1969억원의 수정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증권사 지태현 연구원은 "장기보험의 지속적인 성장이 이어지는 데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68.9%로 안정화될 것"이라며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을 통한 장기 보험신계약 매출 비중이 0.4%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추가적인 사업비 부담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이후 증권사들이 내놓은 적정주가는 18만6000원(한국투자)~25만원(SK) 수준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