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가 영국 ITV의 리얼리티 쇼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준결승에 진출했다.

영국 길드홀 뮤직앤드라마스쿨에 재학 중인 손수경(23·영국이름 Sue Son)양은 2일 저녁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사위원과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폴 포츠, 수전 보일 등 스타를 발굴한 이 쇼는 말하자면 영국 예능계의 ‘등용문’과 같다.

손 양은 친구인 키보디스트 재닌 카릴과 듀오 ‘어딕티드’(Addicted)를 결성해 첫 오디션을 치렀지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솔로로 다시 한 번 나오라”는 권유를 받고 두 번째 오디션에 홀로 응시했다.

고교 때부터 호흡을 맞춰온 재닌을 두고 혼자 오디션을 보라는 요구에 쉽게 답을 할 수 없었지만 관중석에서는 “해보라”는 함성이 나왔고 심사위원의 재촉에 그녀는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현지 언론은 ‘친구를 버렸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다음날 열린 두 번째 오디션. 손 양은 “재닌과 나는 여전히 가장 친한 친구다”라고 말한 뒤 강렬한 몸짓으로 바네사 메이의 ‘스톰’을 격정적으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한 심사위원은 “친구를 두고 오는 것은 힘들었겠지만, 그건 아마도 당신이 살면서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연주는 경이로웠다(phenomenal)."고 극찬했다.

6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손 양은 서울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 93년 12월 교환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런던에 간 뒤 본격적으로 연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2년 고교 과정인 퍼셀학교를 마친 후 왕립 음악학교인 로열컬리지에서 1년간 공부했다. 지금은 3대 음악학교 가운데 하나인 길드홀 뮤직 앤 드라마 스쿨에서 재즈와 일렉트로닉 뮤직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준결승전 진출권을 따낸 소감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친구도 내가 잘 해낸 것에 대해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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