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이틀 연속 급등하며 1370선에 바짝 다가섰다. 외국인이 주식을 1년6개월 만의 최대 규모로 사들인 데다 그동안 매도 공세를 펼치던 기관이 '사자'로 돌아선 데 따라 지수는 한때 올 최고치인 1377.82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 호조에 3월 경기선행지수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연휴 기간에 미국 등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7400억원 넘게 매물을 내놓으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수가 지속되는 속에서 펀드 환매에 따른 투신권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된 것으로 보여 오는 4일로 예정된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분수령으로 증시가 박스권의 상향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은 일단 차익실현

코스피지수는 30일 개장 초부터 강세를 보인 끝에 1369.36으로 30.94포인트(2.31%) 올랐다. 작년 10월2일(1419.65) 이후 최고치다.

외국인은 579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2007년 10월11일(1조6448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를 나타냈다. 여기에 투신권 등 기관이 프로그램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1930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여 지수 상승폭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반면 개인들은 1일부터 시작되는 '황금 연휴'를 앞두고 전날(2678억원)과 이날(7480억원)에 걸쳐 1조원 넘게 주식을 정리했다.

이선엽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투자주체들 간의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외국인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이미 노출된 재료인 데다 '살생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추가로 매수 규모를 늘렸지만 개인들은 혹시 발생할지 모를 불확실성을 피하려고 일단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한 부담감은 지난 3일간의 지수 조정에 이미 반영된 것으로 본다"면서 "스트레스 테스트가 큰 충격 없이 지나가면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등도 무난히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들의 매도 공세가 주춤해진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4월 들어 3조원이 넘는 매물을 토해냈던 투신권은 사흘 연속 매수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하루 평균 1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던 연기금도 순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어 급한 매물은 한 차례 정리된 것같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04년 이후 주식형펀드에 가입한 장기투자자와 지난해 하반기 주가가 급락하기 전에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손익분기점이 1300~1350선이어서 이번 반등장에서 펀드 환매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강 팀장은 "이에 따라 기관 매도로 한 달여에 걸쳐 주가가 조정된 점을 감안하면 환매 물량은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배 연구원도 "기관들이 이전과 달리 박스권 상단에서도 매수 우위를 보여 공격적인 대규모 매도는 일단락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박스권 탈출 시도 이어질 듯

이에 따라 1370선 탈환을 눈앞에 두고서 매번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다음 주에 박스권 탈출에 다시 나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지난 10일 이후 3주 연속 1300~1370선의 좁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인 매수세 지속 등을 감안할 때 1370선 돌파를 위한 에너지가 점차 축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음 주 미국 증시도 스트레스 테스트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 해소를 계기로 박스권 돌파를 시도할 것"이라면서 "이는 국내 증시에 추가 상승을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강 팀장은 "일단 지수가 저항선을 돌파하면 지금까지 줄곧 매도 우위를 고수하고 있는 연기금도 수익률을 따라잡기 위해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신중론도 여전하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예상대로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자본 확충 수준으로 나오면 박스권 돌파가 가능하겠지만 웰스파고나 JP모건 등으로 확대될 경우 예금 인출 같은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아직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도 부진해 투신권 매수를 확신하기 힘든 데다 대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의 변수도 예상돼 추격 매수보다는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