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잇단 '공급 폭탄'에 집값 떨어지나
청라와 송도 등 경제자유구역에서 잇따라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공급되고 있는 인천에 올 들어 공급과잉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2년 새 인천 서부권에 신규 아파트 공급이 집중되면서 구도심 집값을 떨어뜨리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는 작년 한 해 22개 단지 1만2216가구가 신규 입주를 한 데 이어 올해도 1만3343가구가 입주 대기 상태다. 인천의 주택보급률은 99.7%로 서울(93.8%)과 경기도(96%)는 물론 대전(98.6%) 등 일부 지방보다도 높은 상황에서 2만~3만가구 이상의 신규 대량 주택공급이 앞으로도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로써 주택가격 하락과 대규모 미분양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송도,청라,영종 신도시에는 2020년까지 17만91가구가 공급될 계획으로 단독 및 연립주택까지 합쳐 2만9263가구가 공급된 판교신도시의 6배에 가까운 수치다. 상대적으로 분양을 일찍 시작한 송도신도시에서는 지금까지 4897가구가 입주를 마쳤고 올해도 1684가구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내년 이후로도 송도에서 700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청라에서도 2007년 분양분이 입주를 시작해 7957가구가 들어선다. 신도시 외에 별도 택지개발지구의 입주량도 만만치 않아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논현지구에서 1만4700가구가 입주했다. 올 7월부터는 구 한국화약공장 부지에서 한화건설이 시공하는 1만2000여가구의 매머드급 단지 입주가 이뤄진다.

신규 분양 물량도 넘쳐난다. 내년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영종신도시를 포함해 40개 단지에서 3만310가구가 쏟아진다.

대규모 신규 공급과 입주가 지속되면서 인천 구도심에서는 전세시장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말 하향세를 보여왔던 서울 · 경기권 전세가격은 지난 2월부터 상승세로 반전했지만,인천 전셋값은 지난해 11월부터 계속 떨어지고 있다. 매매시장에서도 공급과잉에 따른 거래부진 조짐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새 집에 입주할 수요자들이 살던 집을 내놓는 바람에 매물은 늘고 있는데,매수세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오른 3월에도 인천지역의 매매가는 0.23% 떨어졌으며 4월에도 0.15% 가격이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택지개발지구로 송도 신도시의 후광효과를 누렸던 연수동 일대 주택들의 경우 약세를 면치 못해 3억3000만원까지 올랐던 우성아파트 105㎡(32평)형이 2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입주한 논현지구의 롯데아파트 105㎡(32평)형도 한 때 웃돈까지 붙어 3억원을 호가했으나 최근엔 2억5000만원까지 빠졌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으면 인천 구도심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한강신도시와 검단신도시 등 인천 주변의 유망 신도시에서 신규공급이 넘치고 있는데,서울 · 수도권 수요자들이 인천까지 몰려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