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자리잡은 에스토니아는 온라인 기반을 잘 갖춘 덕에 'e스토니아'로 불린다. 이런 에스토니아가 2007년 4월 무차별 사이버 공격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행정전산망이 다운된 것은 물론 은행 기업 의회 언론기관 시스템까지 먹통이 됐기 때문.공격의 배후세력으로 러시아가 지목됐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3000억달러가 소요되는 미국 차세대 전투기 'F35'개발 정보도 해커에게 유출됐다고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해 파문이 일었다. 기체 디자인과 전자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갔다는 것이다. 또 '달밤의 미로'라는 해커는 미 국방부 컴퓨터에서 1년여간 계속 핵무기와 항공우주국(NASA) 정보를 빼갔다고 한다. 지난해 미 정부 컴퓨터망에 대한 해킹은 5488건으로 2007년에 비해 40%나 증가했을 정도로 심각하다.

우리나라도 사이버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기업 등을 대상으로 해킹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에 거점을 두거나 중국을 거치는 경우가 반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인터넷 보안을 강화하고 온라인 무기를 개발한다는 내용의 '내셔널 사이버 레인지(NCR)'계획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사이버 공격으로 행정 · 전력 · 통신 · 항공시스템 등을 무력화하거나 금융시장을 마비시켰을 때 신속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컴퓨터 칩을 제조하면서 비밀리에 악성 코드를 심어 적성국 컴퓨터들을 인터넷으로 원격 조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사이버 보안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인터넷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해킹 수법도 날로 교묘해지기 때문이다. 대형 은행의 경우만 해도 사이버 공격을 당해 자금 흐름이 차단됐을 때 발생하는 피해는 핵무기 공격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군사시스템이 대거 온라인화되면서 사이버 공격만으로 전력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점도 보안 강화의 요인으로 꼽힌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이버 세계에선 밤낮으로 격렬한 해킹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IT기술 발달속도를 감안하면 3차세계대전은 사이버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과장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해킹전쟁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