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내수업종인 통신업체들이 불황 속에 기대치를 웃돈 깜짝 실적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의무약정제와 망내할인 등을 통한 가입자 유치경쟁이 완화되면서 통신업체들이 마케팅비용을 절감한 덕분이다. LG데이콤은 사상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고, 합병을 앞둔 KT와 KTF는 마케팅 비용을 줄여 이익을 늘렸다. 그러나 SK텔레콤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기대치에 못미쳐 대조를 이뤘다.

◆LG 그룹 통신사들…실적 '굿'

LG 계열 통신사인 LG데이콤, LG텔레콤, LG파워콤은 세 곳의 1분기 실적은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30일 LG데이콤은 1분기 실적 기준으로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4327억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밑돌았지만 영업이익(714억원)과 당기순이익(550억원)은 모두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를 내놓았다.

이동섭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성장성 측면에서 매출액이 예상치에 못 미친 것은 아쉽지만, 수익성 측면에선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이라며 "1분기 통신시장 경쟁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면서 가입자 증가 대비 마케팅 비용 지출이 크게 늘지 않았고, 재무구조가 안정되면서 이자비용이 경감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LG파워콤은 1분기 매출액 3487억원, 영업이익 310억원을 기록했다. 초고속 인터넷, 인터넷전화(VoIP) 등 결합상품(TPS) 사업이 호조를 나타냈고, 법인 사업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정승교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파워콤은 마진이 높은 망임대 중심의 법인사업 부문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며 "이는 LG그룹 통신업체와 한국전력의 투자 증가가 주 요인이며, 이 부문은 앞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LG텔레콤도 마케팅비 절감 효과 등에 힘입어 매출액(1조1472억원), 영업이익(1427억원)이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섰다. 마케팅비가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고, 인건비와 임차료 등 영업 전반에 걸쳐 우수한 비용절감 능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KT-KTF…비용절감 효과 봤네

합병을 앞둔 KT와 KTF 역시 비용절감을 통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KT의 매출액은 유선전화 등의 부진으로 매출이 시장 컨센서스에 못 미친 2조773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마케팅비 절감 효과 등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3845억원으로 집계됐다.

KTF 역시 의무약정제도의 안정화 등으로 마케팅비가 감소, 영업이익(2434억원)이 기대치를 넘어섰다.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KT의 경우 전반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돋보였고, KTF는 의무약정제, 결합서비스 등을 통해 해지율이 낮아지면서 마케팅비가 줄어들어 본격적인 이익 확장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SK텔레콤…"성과급 지출 때문에"

경쟁사들이 깜짝 실적을 내놓은데 반해 SK텔레콤의 1분기 실적은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SK텔레콤은 지난 1분기에 매출액 2조8765억원, 영업이익 5640억원, 당기순이익 3167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은 모두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수치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SK텔레콤 1분기 실적 추정치 평균은 매출액 2조9088억원, 영업이익 5827억원, 순이익 3784억원이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다른 이동통신업체들은 깜짝 실적을 기록했으나 SK텔레콤의 경우 1위 사업자이기 때문에 경쟁 완화에 따른 매출액 대비 마케팅비 비율 개선 정도가 낮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회사들은 4분기에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1분기에 성과급을 집행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종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도 "SK텔레콤의 실적은 경쟁사들에 비해 실적 개선 폭이 미미하다"며 "고정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비용절감이 어려운 구조이고,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지분법손실 발생 등에 따른 결과"라고 진단했다.

SK브로드밴드는 다음달 6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SK브로드밴드 추정치 평균은 매출액 4625억원, 영업손실 79억원, 순손실 255억원이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